출처            인스피아 저널, (17), 2021.11.24, 1-8 (8pages)

(Source)     Journal of the Inspia

지난 12일 글로벌 OTT(over-the-top media service·TV 없어도 폰이나 컴퓨터 등 다양한 기기로 볼 수 있는 영상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제 경우 이미 넷플릭스, 왓챠 등에 매달 돈을 내면서도 영상을 계속 보고있지 못하기 때문에 구독을 망설였지만, 일단 최애 만화인 심슨가족을 편하게 몰아볼 수 있다는 것에 끌려 결제를 하고 말았습니다. <샹치> <크루엘라> 등 눈에 익은 최신작들도 보여서 영화 한편만 봐도 이득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죠.

이 글은 물론 디즈니플러스 영업글도 아니고 본격적인 업계 전망 분석 글도 아닙니다. 만약 최근 핫이슈에 대해 다룬다면 '안녕하게요'로 이슈가 되고 있는[💬기사링크] 디즈니보다는 <오징어게임>과 <지옥>으로 연타석 홈런을 때리고 있는 넷플릭스를 주제로 잡았어야 했겠죠.

저는 막상 구독을 시작하고 나서도 입소문을 탄 유명 콘텐츠보다는 대체로 엉뚱한 콘텐츠들을 많이 봤던 것 같네요. 디즈니플러스에서 서비스 중인 세가지 콘텐츠를 예로 들어 제가 그간 해찰했던 포인트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디즈니플러스와 넷플릭스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디즈니플러스의 <더 이매지니어링 스토리>는 디즈니랜드의 '심장'같은 부서인 이매지니어링팀의 역사를 살펴보는 장편 다큐멘터리입니다. 우선 이매지니어링이란 '상상'Imagine과 '기술'Engineering의 합성어로, 꿈을 현실로 만드는 활동을 일컫습니다. 디즈니랜드의 멋진 퍼레이드나 놀이기구에 사용되는 기계인형부터 어트랙션, 건물 디자인, 세계관 만들기 등이 모두 이곳에서 이뤄지죠. 

 <만달로리안>은 디즈니에게 여러모로 의미있는 시리즈입니다. 우선 만달로리언은 기존 디즈니 세계관이 아닌, 루카스필름의 스타워즈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입니다. 또한 디즈니플러스 초반 1년 동안 ‘듬성한 가판’을 채워주고 초반 구독자들의 눈길을 끌어모은 효자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아래 사진은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첫 서비스 ‘준비 땅!’을 눈 앞에 두고 있을 때 아마도 많이 보신 광고 이미지일거예요. 이 사진은 바로 한때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설(!)까지 돌았던 전설적인 디즈니 CEO 로버트 아이거의 작품입니다. 그가 없었다면 이 사진은 불가능했습니다. 왜냐면 그가 디즈니 CEO로 재임하던 시기에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 폭스 등의 인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죠. 

1992년 프랑스 파리에 '유로 디즈니랜드'가 문을 열었습니다. 문화 예술의 수도 파리에 세워진 디즈니랜드인만큼 공들여 준비했죠. 하지만 개장 직후 이곳은 파리시민들의 엄청난 비난에 시달립니다. "파리에서 와인을 안팔다니!?" 곧장 디즈니 측은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과 협상해 와인을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글로벌 대기업의 '현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사례입니다.

더빙은 곧 현지화입니다. 

노인용 쉬운 한글 키오스크라든지 휠체어용 경사로가 꼭 노인이나 장애인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듯, 더빙은 꼭 글을 읽기 힘든 어린 아이에게만 좋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교적 더빙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편이지만, 그것이 영화관에서의 경험이 아니라 일상의 경험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더빙 영상들이 많다면 확실히 영상을 틀어놓고 잠시 딴짓을 해도 이야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죠. 인도나 러시아 등 비교적 낯선 문화권의 콘텐츠라고 해도 우리말 더빙일 경우엔 상대적으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실제 디즈니에서 뿐 아니라 최근 OTT의 글로벌화 과정에서 ‘더빙’은 꽤 핫한 이슈입니다. 최근 한 해외 논문(참고문헌 참조)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최근 해외 수개국에 더빙 전문팀을 만들고, 더빙에 고급 인력을 대대적으로 투입하기 시작했죠. 넷플릭스의 경우 최근 <오징어게임>처럼 현지 콘텐츠를 역수입해오는 모델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영어 더빙이 더 큰 이슈이긴 합니다만, 넷플릭스에서도 점차 영어 외 다른 언어권의 더빙에도 한층 더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향후 전세계를 배경으로 한 OTT 경쟁이 ‘더빙 전쟁’이 될 수도 있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디즈니플러스를 지팡이 삼아 해찰할만한 키워드들이 많아서, 어떤 키워드를 골라볼까 끝까지 고민을 많이 했던 회차였습니다. 

이번 레터를 쓰면서 예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2016년 처음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볼 거 참 없네”라고 투덜대며 <오뉴블> 좀 보다가 BBC <셜록> 복습만 하고 끝냈었죠. 당시에 넷플릭스 영화 <옥자>나 <워머신> 등을 놓고도 지면에 영화평을 실어야 할지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는데(유료 플랫폼의 콘텐츠를 지면에서 소개할 경우 결국 그 플랫폼의 유료가입 홍보가 될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그때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많은 OTT 콘텐츠들이 지면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때만해도 넷플릭스가 불과 4~5년 남짓만에 이렇게 커다란 미디어 공룡이 될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죠. 

제가 이번 레터에서 한 해찰들이 디즈니플러스의 미래라든지 주가 변동, OTT 마켓의 미래에 대한 예측에 썩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내년쯤 이 글을 볼 때 크게 부끄럽지는 않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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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한 추위에 부디 건강 조심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