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기’ 대신 써주는 사람 [8월의김스피]

2024. 8. 27.

인스피아 2024년 8월 마지막주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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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사람 : 김스피

받는 사람 : 연구자님

‘남의 일기’ 대신 써주는 사람

[8월의 김스피]

지난 23일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습니다(링크). / AFP연합

>8월 레터의 비하인드 : ‘남의 일기’ 대신 써주는 사람

>8월의 해찰 피드 : #폭염의 풍경 #플랫폼의 의무

>🆕8월의 김스피 책장 : 작은 책꽂이

안녕하세요. 연구자님.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처서가 지났습니다. 올해는 ‘처서 매직’이 없을 거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처서 이후 며칠쯤 지나자 공기의 결이 달라진 느낌입니다.

특히 저녁즈음이 되면 날이 조금 선선해지는데요. 밖에서 책을 볼 수 있을까 해서 최근 휴대용 독서 전등을 샀습니다만. 공원에서 이걸 꺼내니 벌레가 많이 달려들어서 밤에 바깥에서 책을 읽는 것은 곧 포기했습니다.

한 달을 마무리하는 에세이를 쓴 지도 어언 2년이 되어갑니다.

처음엔 잠깐 형식을 실험하는 용도였지만, 하루 단위, 시간 단위로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 ‘한 달 정도 주기로나마 뒤를 돌아보며 읽고 쓴 것들에 대하여 곰곰 갈무리’를 하는 시도를 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그때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돌멩이처럼 보이는 것(사건)들이 나중에 돌아보면 한 맥락 안에서 연결이 되기도 하고요.

한 달을 되돌아보기 / Unsplash

8월 첫째주엔 블루스크린 사태를 계기로 운전과 기술에 대해 다루어보았고요(💌블루스크린 사태와 자동차와 말), 셋째주엔 두 권의 ‘전쟁 일기’를 지팡이 삼아 읽고 쓰기에 대해 해찰해보았습니다(💌‘전쟁 뉴스’가 피곤하게 느껴질 때 : 어떤 일기들).

이번 에세이에서는 지난주 편지에도 다루었던 ‘일기’에 대한 해찰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볼까 합니다.

지난주 레터의 마지막에서 말했듯 - 우리가 직접 일기를 쓰고, 또 타인의 일기를 읽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할까?라는 고민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기 때문입니다.

👤8월 레터의 비하인드 : ‘남의 일기’ 대신 써주는 사람

오늘 편지의 제목(‘남의 일기 대신 써주는 사람’)을 보고 엉뚱하다는 생각을 하셨을 수 있을텐데요.

실제로 저는 남의 일기를 대신 써주는 직업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의 일기’, 혹은 미처 쓰여지지 못한 일기를 ‘모두의 글’로 바꾸어주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죠.

기자라든지 작가 등입니다.

“자기가 자기 얘길 직접 쓰면 되지, 왜 굳이 ‘대신 쓰는’ 사람이 필요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오늘은 그 ‘대신 쓴다’는 것에 대해 짧게 해찰해보고 싶습니다.

남의 일기를 대신 써주는 사람들이 필요한 두 가지 이유에 대해섭니다.

첫째, 위기에 처해있는 많은 사람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쓸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대신’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알리는 역할이 필요한 거죠.

지난주 레터에서 살펴본 책은 두 권의 일기였습니다.

<집단학살 일기>는 아테프 아부 사이프라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신 소설가(1973~)가 현재진행형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포화 속 85일간 지낸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제시의 일기>는 1930년대 두 독립운동가 부부가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 각지를 돌며 겪은 어려움과 일상을 그린 일기죠.

‘일기’라는 공통점 외에도, 우리가 주목할 공통점은 또 있습니다.

이들과 같은 상황에 놓였던 사람들 - 혹은 이보다도 훨씬 더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 - 가운데 실제로 자신의 ‘일기’를 써서, 그것이 번역까지 될 정도로 널리 읽힐 수 있는 파급력 있는 글로 써낸 사람은 극소수라는 것입니다. 이 두 권의 책은 그 극소수가 써내어 우리의 손에 들어온 것이고요.

지난주 레터에서 다루었던 두 권의 ‘일기’. 두 권의 일기 저자들은 전장의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외롭게 이야기를 남겨 그것이 오늘날 저의 손에 놓였습니다만 - 아테프 아부 사이프는 반복적으로 이 일기에서 말합니다. "아무도 우리의 이야기에 주목해주지 않았기에 (어쩔수없이) 이 일기를 적어서라도 자신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고요. 일종의 최후의 수단이었던 것이죠. 소외된 채 이런 일기를 남기지 못한 이들도 아주 많고요.

‘쓸 수 없었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는 글로 풀어낼 수 없거나, 이미 죽었거나, 쓸 만큼의 여력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할 것입니다. 저 역시 지난 레터를 쓰기 위해 일기를 읽으면서, 애초에 저는 저런 삶을 감당해낼 수도 없을 뿐더러 혹은 어쩔수없이 감당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막대한 슬픔과 배고픔을 억누르고 ‘굳이’ 수첩을 열어 글자를 적어갈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은 썼어도 전쟁의 포화 속에 노트가 불타버렸을 수도 있고 누군가의 서랍에 그저 눅눅하게 묻혀있을 수도 있겠죠.

특히 ‘즐거운’ 이야기가 아닌,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더욱 그렇죠. 사람들은 통상 책을 읽고 ‘리프레시’ 되길 원하지 ‘우울해지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특히 어떤 사안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 그것을 알려주면서도, 편향되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기 위해 - 공동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 짐을 어느정도 대신 나눠지는 것이 기자, 작가라고 생각했고요.

저는 이런 생각을 떠올리면서 과거 <사람을 목격한 사람들>(고병권)에서, 저자가 “싸구려 앰프”가 되겠다고 선언한 대목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장애인, 산재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그 곁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외쳐주겠다고 결심한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사람을 목격한 사람들>)에서 “싸구려 앰프”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그가 장애인 농성장에서 작고 청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은 앰프를 쳐다보다가 문득 떠올린 결심이다. 비록 볼품없지만 세상의 관심이 절실한 이들의 자리 곁을 겸손하게 지키며, 최대한 이들의 ‘중요한 소리’ 를 멀리까지 실어 보내기 위해서다. 이는 그가 수 년 간 수많은 투쟁의 현장을 지키며 칼럼을 써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향신문, 「약자의 소리 키우는 앰프가 되려는 결심」(링크)

둘째, 어떤 이야기는 한 발 떨어진, 타인의 입으로 이야기될 때 더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당사자의 말은 힘이 있지만, 제3자가 그의 말을 듣고 전해주는 것은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왜냐면 듣는 사람의 대부분이 제3자이기 때문이죠.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 일과 별 관련이 없었던 사람이 ‘어떻게’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무엇을’ 느꼈는지에 우리는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 레터를 보내고 나서 저는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비망록>(링크)을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지난 레터에서는 간단하게 참고문헌란에만 소개했었던 책입니다)

이 책은 요약하자면, ‘한 만화가가 2006년경 팔레스타인을 찾아 1956년에 팔레스타인에서 있었던 두 건의 대량학살을 탐문하는 이야기’인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놀랐던 지점은 크게 두 가집니다.

ㄱ. 조 사코 본인은 정작 팔레스타인과 거의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는 점

ㄴ. 균형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책의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조 사코가 자신의 캐릭터 그림을 들고 있는 모습. 그는 만화를 따로 배운 적은 없고 저널리즘을 전공했지만, 진짜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이유로 만화라는 장르를 택해 '코믹 저널리즘'이라는 장르를 개척해왔습니다. (왼쪽)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2009) 이전에 그가 그린 <팔레스타인>(2001)의 표지. 자동차를 타고 가자 지구의 거리를 바라보는 그의 뒷모습이 보이는 이 표지는 그가 처한 위치(거리의 풍경이 되진 못함, 하지만 그 자리에 관찰자로서 '있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 Stuart Mullenberg, amazon

우선, 조 사코는 이 책 이전에도 <팔레스타인>이라는 책으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막연하게 저는 그가 팔레스타인 출신이라든지 각별한 관계가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요.

가자 지구가 고향인 아테프 아부 사이프와 달리 조 사코는 팔레스타인과 딱히 관계가 없는 사람입니다. 그는 몰타계 미국인 만화가이고, 팔레스타인에 가족이나 친구가 있어서 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아니죠. 그는 주로 분쟁지역, 전쟁과 관련된 곳들을 취재해 만화로 그리는 독특한 ‘코믹 저널리즘’을 구축한 사람인데요.

그가 1956년에 가자에서 있었던 두 건의 대량학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실은 그렇게까지 대단한 계기에서는 아니고, 우연입니다.

“이 책은 2001년 봄에, 내가 크리스 헤지스와 함께 ‘하퍼스’에 송고할 가자 지구 르포를 준비한 데서 비롯되었다 [...] 칸 유니스에 가게 된 우리는 1956년 11월에 거기서 일어났던 일을 목격한 사람들을 찾는 데 거의 하루를 바쳤다 [...] 그런데 무슨까닭인지 편집자는 그 부분을 삭제해버렸다. 나는 그 일에 단단히 화가 났다. 유엔 집계를 신뢰한다면, 275명이 숨진 사건이다 [...] 나만은 칸 유니스 학살을 그렇게 쉽사리 떨쳐버릴 수 없었다 [...] 나는 결심이 섰고, 가자로 되돌아가 1956년에 벌어진 일을 조사하기로 했다 [...] 유엔 보고서의 단 두 문장 만이 라파 사건*을 완전한 망각에서 구제하고 있었다.”
-조 사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 들어가며 中

*칸 유니스, 라파 학살 = 1956년 가자 지구의 칸 유니스와 라파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각각 수백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사살된 사건으로, 끔찍한 대학살임에도 불구하고 UN문서에 몇줄 정도로만 적혀있어 의아해진 저자는 이 문제를 직접 파고들어갑니다.

“Q.작품에서 국제 분쟁을 많이 다루고 있다. 국제 분쟁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A.나는 지중해의 작은 섬인 몰타에서 태어났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자라 열두살 무렵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유럽에서도 여러번 살았다. 그래서 특정 지역에 갇히지 않는 관점을 갖는 게 내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내가 더 큰 세계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며, 내 감수성은 특정 민족 국가의 경계에 머물지 않는다.”

-조 사코, <저널리즘>, 인터뷰 中

확실히 그는 어떤 국가, 민족 정체성에서 한발 떨어진 사람이었기 때문에, 당사자만큼 절실하게 무언가에 연루되진 않았지만 - 반대로 어디에 소속된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방식으로 취재를 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균형과 사려깊음을 놓치지 않았죠.

어쩌면 이런 철저하게 어정쩡한 정체성을 ‘프로 문외한’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네요.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던 부분은 무엇보다도 그가 취재 대상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그저 온정적인 시선으로, 박해받는 순결한 희생자이자 흰 옷을 입은 천사처럼만 그리진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가 ‘프로 문외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까요?

그는 가자 지구의 10대 아이들을 아주 ‘짜증나는 존재’로 그리기도 하고(심심해하면서 이 '외국인'을 계속 놀리고 쫓아다닙니다), 하마스의 테러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지닌 택시 기사의 말을 싣기도 하고, 실제로 수배 중인 ‘테러리스트’가 가까운 인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가자 지구의 책임자들은 이스라엘측과 손을 잡고 무장 단체를 비밀리에 지원하기도 하고, 과거 인티파다(링크) 때 저항 운동에 참여했던 한 유머러스한 노인은 이스라엘이 아무리 미워도 민간인들을 다치게해선 절대 안된다며 현재의 하마스 무장 투쟁에 화를 내기도 하죠.

그리고 1956년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기에, 이 책의 대부분은 그 당시를 목격하고 기억한 노인들의 ‘진술’을 듣는 것인데요. 저자는 이들의 말을 끊임없이 ‘의심’합니다. 많은 노인들은 아주 강렬한 기억이었음에도, 그 당시의 충격으로 인해 자신이 없었던 자리에 있었다고 착각하거나 선후관계를 완전히 뒤바꿔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그러다가도 자신이 그렇게 꼬치꼬치 추궁하고 ‘사실’을 발굴하는 와중에, 무언가 아주 중요한 것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기도 하죠.

이 엎치락뒤치락 과정에서, 저자 역시 등장 인물이 됩니다.

기본적으로 이 책에선 저자가 주인공입니다. 문외한인 조 사코 본인이 2006년의 가자 지구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사귀고, 싫어하고, 수많은 이야기를 듣고, 쓸모 없이 늘어지는 이야기를 중간에 듣다가 나와버리고(!), 다른 기자 동료들과 분쟁지역 근처의 안전한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반대로 달리는 장면들이 그려집니다. 통상적인 기사와는 달리 글을 ‘만드는 과정’이 핵심이 되는 거죠.

우리는 저자가(우리와 마찬가지로, 한 명의 인간으로서) 고민하고, 흔들리고 편견을 떨치기 위해 분투하고 노력하는 과정을 볼 수 있기에 그의 이야기를 더 신뢰할 수 있게 됩니다.

조 사코는 <저널리즘>에서 말합니다.

“팩트(죄수들을 호송하는 트럭이 길을 따라 내려왔다)와 주관(그 장면을 그리는 방식)은 상호배타적이지 않다. 나 자신은 주관적인 보도가 가지고 올 영향을 받아들였으며 그걸 강조하길 좋아한다. 나 자신을 이야기에서 빼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불가능하지는 않다) 나는 아예 시도도 하지 않는다. 언론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렇게 하면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내 기사에서는 나도 한 명의 ‘등장인물’이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언론인으로서의 임무를 내리곤 한다. 내가 만난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독자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 기자들이 이처럼 자기의 존재를 지우고 싶어하지만, 기자는 벽에 앉아 눈에 띄지도 귀에 들리지도 않는 파리*가 아니다 [...] 이런점은 미국 언론이 신성시하는 ‘객관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똑똑히 말해두지만, 이 단어가 단순히 아무런 선입견 없이 취재한다는 정도의 의미로 쓰인다면 나는 아무런 이의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기자들은 사전적 의미대로 아무런 선입견 없이 취재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나는 결코 그렇게 못한다.”
-조 사코, <저널리즘>

*벽에 붙은 파리(fly on the wall) = 저널리스트들은 자고로 '벽에 붙은 파리'처럼 완전히 객관적이고, 개입하지 않는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원칙

이 책을 읽으면서는 한 명의 ‘일기’가 모두의 ‘공인된 역사’가 되기까지 얼마나 힘든 읽어내기의 과정이 필요한지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결국 ‘과정’을 위주로 이 책에 담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들은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 일기와는 또 다른 어떤 종류의 ‘사실’을 전해줍니다.

지난 레터에서는 가자지구에서 ‘진짜 얘기가 없었던’ 이유에 대해 100명이 넘는 기자들이 죽어서라고만 간단하게 적었습니다만, 좀 더 이런 복잡한 이야기들이 함께 이야기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단지 기자들이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진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여전히 어떤 이들은 약자의 곁에서 어떻게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기를 읽고 쓰는 것이 중요하긴 합니다만, 일기만이 우리에게 남은 최후의 소통 수단이 되어선 안될 것입니다.

외로운 사람들의 간절한 ‘일기’를 우리가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기를 쓸 수조차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 그리고 그 일기들을 모아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만드는 일을 계속 해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꼭 '당사자'가 아닐지라도 서로의 처지를 연민하고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는 '모두' 조금은 덜 외로워지지 않을까요. 이는 지난 레터에서도 말했듯, 꼭 전쟁같은 극적인 일과 관련된 문제만은 아닙니다.1)

읽고 또 쓰는 사람으로서, 저 역시 앞으로도 그것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반성하고 더 고민해나가보려 합니다.

✏️

“세상에는 두번째 사람이 있다. 심보선 시인은 바로 시인이 그렇다고 했다. 시란 “두번째로 슬픈 사람이 첫번째로 슬픈 사람을 생각하면서 쓰는”거라고. 첫번째 자리는 슬픔의 자리지 글의 자리가 아니다 […] 첫번째 자리에도 사람이 가득하고, 세번째 네번째 자리에도 사람이 가득한데 두번째 자리는 그렇지 않다 […] 세번째 사람은 첫번째 사람이 슬퍼했다거나 분노했다는 소식을 듣지만 두번째 사람은 첫번째 사람의 통곡 소리를 듣고 시뻘게진 눈알을 본다. 무엇보다 두번째 사람이 선 자리는 첫번째 사람이 도와달라며 손을 내밀 때 소매가 잡히는 자리다. 그걸 알기에 나는 세번째에 서고, 겁이 날 때는 네번째, 다섯번째까지 도망친다. 그리고 나같은 사람들이 많기에 세상의 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혼자서 운다. 덩그러니 혼자 남아 흐느끼는 것이다.”

-고병권, <사람을 목격한 사람들>

1)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지라도,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또 이를 어떻게 많은 이들과 나눌 것인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기자나 작가가 아니더라도 그런 사람들이 많고요. 최근엔 아리셀 유족 곁을 지키며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으로 존재하지만 몫이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까지는 아니더라도 알리고 가시화시키겠다”라고 말한 통역사 인터뷰 기사(링크)나 특성화고교생이 주인공인 소설 리뷰(링크)를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8월의 해찰 피드 : #폭염의 풍경 #플랫폼의 의무

8월 한 달간 SNS에서 특별히 이슈가 되었던 기사, 이슈가 된 사건 등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좋은 칼럼 등을 소개합니다.

#폭염의 풍경

올해엔 견디기도 어려운 폭염이 연일 이어졌습니다. 몇년 전부터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이될 것’이라는 말이 나왔었는데요. 이 말이 더이상 농섞인 이야기로 들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특히 야외에서 별도의 안전을 위한 조치 없이 고강도 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 집에서 에어컨을 틀 수 없는 사람들은 이런 폭염에 훨씬 취약합니다. 그리고 이런 폭염은 결코 노동조건 등의 문제와 동떨어져있지 않습니다.

폭염과 관련해서 다양한 생각을 해볼만한 기사를 모아보았습니다.

폭염 속 닭장을 생각해보셨나요?

독서 시간: 약 2분 / 글자수 : 약 900자

👤글 속 한문장

“기온 35도, 습도 60~70%의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에어컨은커녕 창문 하나 없는 방 안에 갇혀 있다고 생각해보자. 심지어 그 방에는 당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인간들이 빽빽이 에워싸고 있어서 팔을 접어 펼 수조차 없다. 상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그 일이 지금 닭과 돼지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폭염으로 국내에서 폐사한 가축이 100만마리를 넘어섰다. 양식 중인 어류도 1000만마리 이상 떼죽음 당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섬네일 사진은 밀집식의 양계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삼계탕용 백세미들의 모습입니다.

그간 폭염 관련 보도는 (당연하게도?) 주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도로 밀집한 시설, 쾌적하지 못한 공간 등의 문제는 '폭염'과 더해질 때 한층 더 심각해지고 공장식 축산 시설에서 여름을 보내야 했던 닭, 돼지 등은 수백만마리가 폭염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합니다.

에어컨으로 시험에 든 기분

독서 시간: 약 3분 / 글자수 : 약 1500자

👤글 속 한문장

“에어컨으로 시험에 드는 기분, 나만 느끼는 건 아닐 듯하다. 틀어놓으면 죄짓는 기분, 틀지 않으면 자학하는 기분. 기후위기로 여름은 더 무더워지고 냉방은 더욱 필수적인 것이 되는데 그렇게 전기를 쓸수록 기후위기는 더 심각해진다니 고약한 시험이다. 그런데 이건 시험의 일부일 뿐이다. 지난주, 에어컨 설치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가 작업한 공간은 중학교 급식실이었다. 누군가에게 밥을 먹이려 일하던 누군가는 더위를 견디며 밥을 짓고, 누군가를 시원하게 해주려고 일하던 누군가는 더위에 쓰러졌다. 그날, 13일은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날이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의 칼럼입니다. 저는 상대적으로 더위를 좀 덜 타는 편이라 예전엔 여름에 에어컨을 한번도 안틀고 지낸 적도 있었는데요. 올해는 높은 습도까지 더해져 도저히 버틸수가 없어서 거의 에어컨을 틀고 지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속 한켠에는 에어컨을 트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개개인의 실천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도 '기후정의'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의 의무

그간 레터에서도 인터넷 플랫폼과 관련된 이야기를 몇번 다루었는데요. 이런 회차들이 각각 주목한 이야기들, 장면에는 조금 차이가 있었지만 - 공통점은 있었습니다. 오늘날 플랫폼은 단지 어떤 분야나 특정 산업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긴 시간을 ‘실제로’ 보내는, 많은 글들을 읽고 쓰고 소통하고, 영상을 공유하는 등의 공간이라는 점이라는 것에 주목했다는 점이죠. 이 때문에 플랫폼에는 수익성을 추구하기 위한 '자유' 만큼이나 착취, 범죄의 공간이 되지 않도록 (우리가 공원에서 찔릴 위험 없이 산책을 할 권리가 있듯) 적절하게 가꿀 '의무'가 주어져야 합니다. 이것은 저의 주장이 아니라 현재의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플랫폼의 세계, 의무와 관련해 생각해볼 만한 최근의 기사들을 모아보았습니다.

텔레그램 CEO 체포, ‘범죄 수수방관’

독서 시간: 약 3분 / 글자수 : 약 1000자

👤글 속 한문장

“전 세계적으로 9억여명이 사용하는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파벨 두로프(40)가 프랑스에서 전격 체포됐다. 프랑스 당국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혐의는 텔레그램 부실 관리라고 한다.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 밀매, 성착취, 폭력·테러, 가짜뉴스 확산 등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텔레그램의 책임을 묻기 위해 최고경영자를 체포한 프랑스 수사 당국의 과단성 있는 행보에 주목한다. 독일과 브라질 등은 이미 앱 삭제와 벌금 부과 등으로 텔레그램에 제재를 가했다고 한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지난 8월 24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의 파벨 두로프 CEO가 프랑스 파리 외곽의 부르제 공항에서 긴급 체포되었습니다. 프랑스 정부 당국은 텔레그램이 마약 밀매나 사이버 테러, 성범죄 등의 온상이되었음에도 이를 CEO가 방치하고 있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2016년엔 브라질 당국이 마약 밀매 수사의 일환으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페이스북의 고위 임원을 체포한 전례가 있기도 하지만, 이처럼 대표를 직접 구금한 것은 전례가 없다고 합니다(링크).
전문가들은 두로프의 체포로 인해 텔레그램의 보안 정책이 추후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링크)

EU “엑스 ‘파란 딱지’ 정책 불법”

독서 시간: 약 2분 / 글자수 : 약 900자

👤글 속 한문장

“집행위는 엑스의 ‘파란 마크 표시’ 정책이 업계 관행에 부합하지 않으며, 사용자를 속이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집행위는 “누구나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면 ‘인증’ 상태로 바뀌기 때문에 이용자가 상호 작용하는 계정이나 콘텐츠의 진위에 대해 자유롭고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준다”며 “악의적인 행위자가 이용자를 기만하기 위해 ‘인증 계정’을 남용한 증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지난 7월 EU가 엑스(구 트위터)의 ‘파란 딱지’ 정책이 불법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려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는 작년 8월 DSA(*디지털서비스법·링크) 법 시행 이후 첫 위반 결정 사례이기도 한데요.

이유는 현재 엑스는 '파란 마크'를 유료 계정에 별다른 검증 절차 없이 부여하고 있는데, 이 파란 마크가 이용자들로 하여금 '공식 인증 계정'이라는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과거엔 파란 마크를 인증된 공인의 계정에만 검증 후 선택적으로 부여하기도 했고요. 이런 혼란을 틈타 파란 마크 계정은 가짜 뉴스, 사기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딥페이크, 예고됐지만 막지 ‘않은’ 재앙

인터랙티브('디지털 성범죄를 되감다')

👤글 속 한문장

“n번방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지 않았다. 디지털 성범죄를 방조한 순간들이 조각조각 모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우리 사회는 성범죄를 ‘놀이문화’쯤으로 용인했고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책임을 물었다. 법과 제도의 방치로 숱하게 쌓인 이 같은 순간들은 n번방을 만든 조각들이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1953년 이래 우리나라에서 성범죄/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주요 사건 및 판결, 대책 등을 시계열로 모은 인터랙티브 콘텐츠입니다. 'n번방'은 사건의 중대성을 눈감은 'n번의 순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n번방 이후, 또 다시 같은 텔레그램 메신저에서 대규모의 성범죄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링크)

전문가들은 이미 "1020대에게 있어서 딥페이크는 보통의 장난이 되어버렸다"며, 내실있는 성교육의 필요성 및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의 필요성을 주장합니다.(링크) 하지만 최근 한 심층 취재 기사에 따르면, 성교육 역시 사교육화되고 있다고 합니다.(링크) 가해 피해 연령대가 어려지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의 책임을 묻는 것과 동시에 효과적인 성범죄 예방 교육이 필요하지만 현재 공교육에서 이루어지는 성교육은 실질적인 내용을 거의 담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짝퉁’ AI 콘텐츠의 습격

독서 시간: 약 3분 / 글자수 : 약 1400자

👤글 속 한문장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퍼플렉시티의 가도에 최근 제동이 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소위 ‘포브스’ 탐사보도 도둑질 논란이다. 발단은 이렇다. 퍼플렉시티가 콘텐츠 데이터 확보를 위해 내놓은 ‘페이지’라는 일종의 블로그 서비스에 ‘포브스’의 탐사 기사를 도용한 한 편의 글이 올라왔다. 퍼플렉시티는 자사 검색에서 이 페이지를 주요한 출처로 인용했다. 정작 첫 원본 기사를 작성했던 ‘포브스’ 기사는 뒤로 밀려났다...확실한 건 원본성의 아우라가 저품질 생성 콘텐츠의 장막으로 가려지는 순간, 원본 제작의 동기는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하대받을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저품질 콘텐츠의 습격은 조만간 일상이 될 것이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퍼플렉시티는 AI 검색 플랫폼인데요. 최근 한 언론사의 심층취재 기사 대신, 그것을 베낀 콘텐츠를 링크로 소개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같은 추천 알고리즘은 전체 콘텐츠 생태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됩니다. 예를 들면, 제가 열심히 쓴 글을 고스란히 통째로 베낀 콘텐츠에 아무런 제재도 가해지지 않고 오히려 베낀 콘텐츠를 알고리즘에서 우선순위에 놓는다는 건데요.

실은 이는 꼭 AI만의 문제가 아니라 벌써 십수년 전부터 인터넷 플랫폼 생태계에서 진행되어왔던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문제에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오늘날, 그리고 미래에도 우리의 만족스러운 삶(읽기 쓰기 소통하기)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8월의 김스피 책장 : 작은 책꽂이

※‘지난 편지 해찰’ 코너 대신, 새로 시작하는 작은 코너입니다.

그간 레터에서 그때그때 눈에 띄는 신간을 소개하지 못한다는 고민이 있었는데요. 매달 마지막주 레터에 한 달 간 출간된 신간 위주로, 제가 주목해 작은 책꽂이에 꽂아둔 책들을 간단히 소개해보려 합니다. 언젠가는 인스피아 레터에서 다루게 될지도요. 다 읽은 책도 있고, 아직 일부만 읽은 책들도 있습니다.

괄호 안에는 온라인 서점으로 연결되는 링크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지난 편지에 대한 소개는, 조만간 페이지를 따로 열어 큐레이션을 마련해보고자 합니다.

📚김성우,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 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유유, 2024 (링크)

-인스피아에서도 과거 인터뷰를 했던(링크) 김성우 응용언어학자가 쓴 신간입니다. 챗GPT가 돌풍을 일으킨지 어언 1년 반이 넘어가는데요. 연구자님들 가운데서는 이미 일상처럼 챗GPT를 쓰시는 경우도 있을것이고, 별로 그 영향을 일상에선 체감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를 일상에서 체감하든 그렇지 않든, 이미 사회를 바꾸어가고 있다는 점이겠죠. 저자는 이 책에서 인공지능 만세 혹은 반대를 외치는 대신 그 중간에서 '인공지능과 함께 어떻게 읽고 쓸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벌써 많이 접어 읽는 바람에 책이 (더) 뚱뚱해졌네요.

📚박인성, <이것은 유해한 장르다>, 나비클럽, 2024 (링크)

-솔직히 말하면 저는 미스터리 장르를 그렇게 많이 읽어보진 않은 편인데요. 그런데 예전부터 '사적 제재'라든지 드라마, 영화, 소설 속 범죄를 다루는 추세의 변화에는 관심이 있었습니다. 왜 현실엔 없는 '사이다'가 픽션에선 각광을 받을까요? 어쩌면 이런 범죄 서사가 오늘날 무언가를 말해주는 것이 있지 않을까요? 문학평론가 박인성이 '갈등 없이 무해한 세상을 꿈꾸는' 오늘날, 미스터리가 어떻게 모든 서사에 '침투'하는 힙한 장르가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책이라고 합니다.

📚제이슨 히켈, 김승진 옮김, <격차The Devide>, 아를, 2024 (링크)

-이 책의 부제는 '빈곤과 불평등의 세기를 끝내기 위한 탈성장의 정치경제학'입니다. 우리는 흔히 성장만이 답이라는 강한 '편견'에 붙잡혀 있는데, 이 생각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우리는 많은 것을 갖고 있고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떻게 더 많이 성장할지가 아니라, 그 격차를 어떻게 줄일지 - 어떻게 공정하게 가진 것을 나눌지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죠. 아직 다 읽어보진 못했습니다만, 여유가 되면 읽기 위해 일단 책꽂이에 꽂아두었습니다.

이 책을 추천한 장하준 런던대 교수는 이 책 속 이야기가 "미친 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역사에는 미친 생각이 결국에는 인정받는 사례가"있다고 말합니다.

📚안광복, <A4 한 장을 쓰는 힘>, 어크로스, 2024 (링크)

-글을 쓰려고 해도 흰 종이만 보면 깜깜해지시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철학교사 안광복이 쓴 <A4 한장을 쓰는 힘>의 제목을 달리 붙이면 '독서 노트를 제대로 쓰는 법'이라고도 붙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 책엔 의외로 '쓰기'에 대한 이야기만큼이나 '제대로 읽기(읽은 뒤 어떻게 글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것은 결국 쓰기 이전엔 읽기가 필요하기 때문이겠죠.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보고 싶은 초보 독자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