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 한국어는 엄연히 다르며, 한국어는 우리가 모두 가꾸어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신지영 교수의 칼럼입니다.

오늘 레터의 서문 각주에서도 짧게 이야기했지만, 실은 레터에서 쓴 대체적인 맥락은 '한글'보다도 '한국어'에 가까울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이라는 단어를 내세워본 이유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지점까지 고민의 영토를 넓혀보는 기회를 가져보아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한글과 타자기>에서 살펴본 것처럼, 입력기라든지 유니코드 문제, 입력 매커니즘, 한글을 어떻게 쓸(모아vs풀어) 것인가 등도 실은 결국 당대 사람들이 고민 끝에 '발명'해내는 것이니까요. 특히 오늘 레터에선 맥락상 길게 적진 않았습니다만, 저는 스마트폰 타자를 정말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잘 못쓰는 사람이기 때문에(ㅠ) 여전히 제게 맞는 키보드를 찾아 유랑하고 있습니다.(어쩌면 스마트폰 스크린 타임을 의도적으로 줄이려고 하는 편이라 타자에 익숙해지는 것이 더딘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곧 기술 발전으로 인해 '타자기(입력기)'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또 미래의 '한글'은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저자가 “컴퓨터 시대의 중국은 속기사의 나라”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속기사는 입력 속도가 빠르다. ‘타자수’와는 개념이 다소 다른데, 요체는 ‘입력’과 동시에 해당 자판에 대한 ‘번역’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밍콰이 타자기는 세계에 ‘입력의 탄생’을 선물했다. 애초 한자 검색을 위해 만든 장치였는데, 발명가조차 의도하지 않게 검색과 쓰기가 합쳐지는 결과를 낳았다. 비록 실패작으로 끝났지만, 저자는 빠른 입력을 실현하는 과정 자체가 진보라고 본다.

오늘 본문에선 다루지 못한 <한자무죄, 중국어 타자기의 역사>에 대한 언론사 서평입니다. 

사진은 <생활의 발견> 등으로 국내에 유명한 작가 린위탕(임어당)이 1947년 자신이 만든 '밍콰이 타자기' 옆에서 둘째딸이 타자기를 작동시키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입니다. 잘들 모르는 사실이지만, 린위탕 역시 공병우 박사처럼 어마어마한 중국어 타자기 아마추어 발명가였는데요. 내부에 옥수수꼬지처럼 6개의 활자 원통이 붙은 모양의 타자기를 만들었지만 크게 실패하고 <생활의 발견>으로 번 돈을 거의 다 날려버리고 말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뿐 아니라 이시대 수많은 '아마추어 발명가'들의 실패가 쌓여 그 이후 중국어 기계화의 발전을 앞당겼다고 저자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어 타자기에 대해 세계가 비웃었지만, 오히려 말도안되는 수준의 문제에 맞닥뜨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했던 실패의 기록들은 중국어 생태계에 풍요로움을 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