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구의 반이 아무것도 못하게 할 수 없죠" : 1978~2001년의 아프간 

3."당신이 들었다면 날 목 졸랐겠지" : 2005년의 아프간 

4."전 아이들의 언니이자 엄마예요" : 2015년의 아프간 

5.맺음말

 연구자님 안녕하십니까. 해찰하며 느릿하게 걷는 것을 좋아하는 에디터 김스피입니다. 👤

미군 철수 선언 이후 탈레반은 빠른 속도로 아프간 전역을 점령해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여성들을 탄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링크) 하지만 이미 길거리에선 여성의 벽화가 지워지고 민간인들이 살해당합니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학교에 가고 홀로 길거리를 산책하는 일, 이 모든 일상들이 하루아침에 불가능해졌습니다. 아프간의 여성들은 국제사회의 도움과 관심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마리암은 어떤 비극이든 '돌처럼 견뎌'야만 했던 아프간 시골의 불행한 여성을 대표합니다. 오두막에 엄마 나나와 단둘이 숨어지내야 했으며 엄마가 자살하자 14살이란 어린 나이에 팔려가듯 40살이 넘는 구두장이 라시드에게 시집을 가야했습니다. 마리암은 그에게 아이를 낳아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멍청하다는 이유로 얻어맞는 등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합니다. 그리고 라일라를 만나기 전까지, 그녀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엄마 뭘 참아요?" 

"그게 뭔지 알려고 안달할 건 없다. 그럴 일은 쌔고 쌨으니까"

-할레드 호세이니,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하 동일)

라일라는 탈레반이 집권하자 그들이 남자의 인도 없인 혼자 돌아다니지도 못하게 한 것에 분노합니다. 그러자 라시드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을 억눌러온 샤리아를 옹호합니다.

운전사가 담뱃재를 창밖에 털며 말했다. 

2005년 일어난 한 사건은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아프간 여성들의 처참한 현실을 시로 노래한 아프간의 시인 나디아 안주만(💬링크)이 자신의 남편에게 살해당한 것입니다.

 <흙과 재> 등 소설을 통해 아프간 사람들의 현실을 알려온 아티크 라히미 역시 이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해당 사건을 계기로 한 '무명의 여성'이 등장하는 <인내의 돌>이라는 소설을 발표했습니다.

 '인내의 돌(상게 사부르)'은 아프간 신화 속 돌로, 힘든 사람들이 인내의 돌에 대고 이야기하면 돌이 비극들을 흡수합니다. 하지만 한계치가 넘으면 돌이 마침내 깨어지고 사람들은 고통에서 해방된다고 합니다. 

주인공 여성은 마비된 남편을 향해 울부짖듯 말을 쏟아냅니다.

가족들은 카테라가 강간을 당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아버지의 보복과 외부의 시선이 두려워 이를 쉬쉬합니다. 나아가 친가쪽 가족들은 공공연하게 카테라와 그의 어머니를 협박해 그들은 일주일에 두번씩 이사를 다녀야만 했습니다. 재판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미뤄졌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그의 고된 싸움은 승리로 끝났습니다.

한 아프간 소녀가 라디오 방송에서 "만약 내가 진실을 말한다면 나를 죽일거예요"라고 말하며 한시간 내내 울었다는 것입니다. 카테라 역시 부르카로 온몸을 가린 채 TV에 나서서 자신의 피해를 진술하기까지 수십명의 율법학자들을 만나며 엄청난 고뇌를 거쳐야만 했습니다. 

카테라는 광장에서 비둘기떼를 바라보며 말합니다. "그 얘기를 듣고 저같은 소녀들이 수천명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카테라는 이후 자이납과 모하메드를 데리고 프랑스로 이민을 가서 정착했습니다. 때가 되면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말한 카테라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고통을 굳세게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인권을 퇴행시키는 탈레반의 만행을 주시하고 저지해야합니다. 그들은 명백히 여성 인권의 시계축을 거꾸로 돌리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단순 비교는 얼핏 미국을 '정의의 수호자'로 두고 모든 문제를 탈레반에 덧씌워 이들을 손쉽게 악마화하는 처사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아프간의 지난한 근현대사가 말해주듯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아프간의 여성들을 위한 인권 운동을 펼쳐온 여성단체 RAWA(Revolutionary Association of the Women of Afghanistan)는 지난 21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 20년간 우리의 요구는 미국·NATO의 철수와 우리가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었다"며 "그들의 점령은 유혈사태, 파괴, 혼란만을 초래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아프간을 여성에게 위험한 나라로 만들었다"고 했습니다.(💬링크)

미국만이 정의의 사도일까요? 1978년 사우르 혁명 이후 공산정권 에서도 여성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이 이뤄졌습니다. 당시 여성 인권을 주장한 공산정권의 급진적인 태도가 무자헤딘의 봉기에 불을 붙인 요인 중 하나였다고 하고, 이를 둘러싼 복잡다단한 시선은 <천개의 태양 아래서>에도 잘 표현됩니다.

소련 치하에서든, 미국 치하에서든 절대 다수의 아프간 여성들은 탈레반이 등장하기 전부터 여전히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어떤 여성들이 여학교에 다니던 1980년대 공산 정권에도 미리암과 라일라는 남편에게 죽도록 맞았고, 2005년 시인 나디아 안주만은 아프간 여성의 불행에 대해 시를 썼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살해당했습니다. 2014년 카테라는 아버지의 강간을 알렸다는 이유로 이웃에게 손가락질 당하고 친족에게 살해위협을 당했으며, 2015년 소니아는 가족에 의해 가축처럼 팔려가지 않기 위해 엄마 몰래 NGO단체의 지원을 받아 미국으로 '탈출'을 감행해야만 했습니다.

'누가 정권을 잡느냐'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작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이들을 위한 최선의 길을 고민해야하는 이유입니다.

   ☞글 속 한문장: "그러니 오지 마세요. 믿기 힘들다면, 이 글에 달린 댓글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