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피해자들, 개별의 우주[11월의김스피]

2022. 11. 29.

인스피아 2022년 11월 마지막주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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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사람 : 김스피

받는 사람 : 연구자님

참사 피해자들, 개별의 우주

[11월의 김스피]

서울 중구 정동의 덕수궁 돌담길 인근 가로수들이 따뜻한 털옷을 입었습니다 / ⓒ경향신문

>11월 레터의 비하인드 : 참사 피해자들, 개별의 우주

>11월의 해찰 피드 : #대학입시 #사이다와 고구마

>공지: 시즌 휴재 안내

안녕하세요. 연구자님.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통상 수능날이면 패딩을 꺼낼 만큼 추워진다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11월이 다가도록 날이 따뜻했습니다. 지난주엔 집에 앉아서 창문 밖 은행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노란 잎이 거의 다 떨어졌지만 여전히 날씨는 따스했기 때문에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 서울은 비가 오면서 하루이틀 새 평년 이맘때 기온으로 뚝 떨어졌는데요. 급작스런 환절기에 독감과 코로나에 걸리지 않도록 연구자님께서도 부디 건강을 챙기시길 바랍니다.

11월엔 ‘검색이 데려가지 않는 세상’(1주차), ‘재난을 지나는 보통 사람들’(2주차), ‘도서관을 독서실로 만든다고?’(3주차) 레터를 보내드렸습니다.

1주차의 '검색' 관련 레터의 경우 인스피아를 기획하기 이전부터 개인적으로 계속 고민을 해오던 주제였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셔서 쓴 보람이 있었던 회차였습니다. 인터넷 시대의 정보 과잉과 이에 대처하는 개인, 사회 차원의 해법에 대해서는 아마도 꾸준히 고민을 해가게 될 것 같습니다.

2주차의 ‘재난’ 관련 글은 사실 어떤 책을 선정해야 할지 굉장히 어려웠던 회차였는데요. 바로 그 주에 재난과 관련하여 읽을만한 책들을 작가들로부터 추천받은 문화부의 기사가 나왔기 때문에 관련해서 더 책을 읽어보고 싶으신 분들은 링크에서 책들을 추천받아보세요.(링크)

3주차의 ‘도서관을 독서실로 만든다고?’ 회차는 한겨레의 보도로 인해 알려진 마포구 작은도서관 예산 삭감 조치(링크)와 관련해 도서관의 본질에 대해 해찰해 본 회차였습니다. 당시 관련해 다양한 글과 기사를 읽다가 ‘도서관 덕후’인 윤예솔 작가(링크) 뿐 아니라, 의외로 꽤 많은 부모님들이 일부러 어린이를 환대하는 동네도서관 근처로 이사를 간다는 것을 알게되어 놀랐습니다. 그만큼 도서관이 단순히 '책 빌리는 곳'이상의 가치를 준다는 의미겠지요. 평소에도 ‘도서관 VIP’인(자주 가서 많은 분들을 귀찮게 굴기 때문에 VIP라기보다는 블랙리스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로서도 아주 공감이 됩니다.

제 경우는 보통 흠뻑 제멋대로 해찰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기 때문에 인스피아의 책 읽기 방식은 결코 도서관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도서관의 해찰 방식과 관련해 제가 좋아하는 구절을 소개합니다.

“거대한 책 역할을 하는 도서관은 백과사전을 보충하는 전략을 채택한다[…]독자들이 백과사전에서 은유적으로 실행하는 것들은 도서관에서도 문자 그대로 행할 수 있다. 즉, 텍스트 공간으로 들어간 뒤 샅샅이 훑어보는 것이다.”-제이 데이비드 볼터, <글쓰기의 공간>(링크)

이 문장만 떼놓고 보면 조금 알쏭달쏭해보이지만, 요는 도서관 서가를 해찰하는 사람은 커다란 백과사전에 ‘풍덩’ 빠져서 해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서가에 가지런히 꽂힌 책들 사이를 헤집고 돌아다니면서 때로 내가 궁금했는지 알지도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끔은 도서관을 돌아다닐 때 문자 그대로 책 사이를 헤엄치는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도서관엔 엉뚱한 책들과 자유로운 공간, 헤엄을 도와줄 친절한 사서 선생님들이 필요합니다.

오늘 에세이에선 2주차 레터를 보내고 나서 읽은 책(무라카미 하루키, <언더그라운드>)에 대해서 단상을 나누어볼까 합니다.

당시 다루었던 리베카 솔닛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 등과 다소 결은 다르지만 어떻게 한 사회가 재난을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해 섬세한 시선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사건의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미디어가 어떻게 한 사회의 참사를 그려내고, 공동체가 함께 애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계속 궁리하게 만든 책입니다.

아무래도 이태원 참사를 머릿 속에 넣고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11월 레터의 비하인드 : 참사 피해자들, 개별의 우주

무라카미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는 유명한 작품이라 예전에 읽어보신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이 책은 그가 1995년 3월 20일 옴 진리교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의 피해자, 유가족 60여명을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인터뷰집입니다. 사린가스 테러는 옴 진리교 신도 5명에 의해 도쿄 지하철 세개 노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테러로, 당시 14명의 사망자와 6300여명의 부상자를 낳은 대형 참사였습니다.

예전부터 읽고 싶어서 사둔 책이지만 기회가 없어 읽지 못하던 중, 2주차 레터를 보낸 이후 이태원 참사를 떠올리며 책을 펼쳐들게 되었습니다.

사린가스 테러 사건으로부터 약 2년 뒤 무라카미 하루키는 미디어에선 항상 피해자는 피해자로만 그려지는 것에 의문을 느낍니다.

하지만 당시 일본 미디어에선 계속 옴 진리교가 얼마나 기묘한 집단인지, 가해자들이 얼마나 ‘지옥의 악마’처럼 악랄했는지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원색적인 보도들만이 이어집니다. 그곳 어디에도 피해자들의 얼굴과 사건의 진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라카미는 직접 그날의 피해자들을 만나 미디어에 나오지 않았던, ‘그날의 진상’을 소환해내는 작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합니다.

1995년 3월 20일 일본 도쿄 지하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사린 가스 테러 이후 피해자들이 지상에 올라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만약 살포된 사린의 농도가 조금만 더 높았다면 수천명의 목숨을 빼앗아갈 수도 있었던 끔찍한 사건이었습니다. 옴 진리교의 교주 아사하라 쇼코 등은 2018년 사형에 처해졌습니다. 時事通信社

우선 사린가스 테러 피해자들에게 있어 사고 장소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시점은 월요일 오전 출근시간으로,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지하철을 타고 일터 등으로 향하던 중이었습니다.

“때는 1995년 3월 20일, 월요일. 활짝 갠 초봄의 아침. 아직 바람이 차가워 오가는 행인들은 모두 코트를 입고 있다. 어제는 일요일, 내일은 춘분 휴일, 즉 연휴 한가운데다. 어떤 사람은 ‘오늘은 그냥 쉬고 싶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여러 사정상 당신은 쉴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신은 여느 때처럼 아침에 눈을 뜨고 세수를 한 다음, 아침을 먹고 옷을 입고 역으로 간다. 그리고 늘 그렇듯 붐비는 전차를 타고 회사로 향한다. 여느 때와 조금도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딱히 다른 날과 구분할 필요도 없는 당신의 인생 속 하루에 지나지 않았다.

변장한 다섯 명의 남자가 그라인더로 뾰족하게 간 우산 끝으로, 묘한 액체가 든 비닐봉지를 콕 찌르기 전까지는...”-무라카미 하루키, <언더그라운드>(이하 동일)

이렇게 사린 가스 테러로 인해 일상적인 공간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평생 사린가스 노출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출근길에 사린가스 피해를 입은 다카쓰기 도모코씨는 테러 당시의 기억으로 인해 지하철은 물론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 가는 것조차 몹시 두려워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취재한 60여명의 피해자들은 피해의 경중에 따라 선별한 것이 아니므로 각자 사건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사건으로부터 약 1~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이야기를 들었다는 점도 감안해야하긴 합니다만, 책 속 인터뷰를 보면서 의외였던 점이 있습니다.

많은 피해자들이 ‘테러 가해자 개인에 대한 증오’보다는 ‘같은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조처 및 근본적인 사회 시스템의 마련’ 쪽에 강조를 두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사린을 살포한 행위에 대해서는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악인가 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생각할 때, 범행을 저지른 본인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학원분쟁 이후의 삼무주의의 계절이었습니다. 왠지 풀이 죽어 있었지요. 스포츠를 즐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클럽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 아이들이 그냥 모여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적당히 즐기는 정도였지요. 거기까지는 좋았지만 정신적인 위기를 맞이했을 때 의지할 곳이 없어요…저도 이과계 출신인데 옴진리교의 엘리트 가운데 이과계 출신이 많지 않습니까. 제게도 자신의 일에 대해 아무 반성 없이 내달려버리는 맹목적인 경향이 있는 것 아닐까요…(*피해자 가타야마 히로시)”
“두려웠냐고요? 저는 지하철 직원이 아닙니까. 지하철 직원이 지하철을 두려워해서는 말이 안되죠…일어난 일은 이미 일어난 일이고,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범인들에게도 개인적인 원한을 품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남은 가족들에게 무얼 해줄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피해자 다마다 미치아키)”

피해자들의 이런 태도는 결코 ‘사건의 중대성을 줄이겠다’라든지 ‘심각성을 축소하겠다’는 태도가 아닙니다.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사회적 부조리, 시스템을 정비하고, 살아남은 이들의 삶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피해는 당사자와 가족을 깊이 상처입히고 사회적 트라우마를 낳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픔을 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피해자 도요타 도시아키는 자신의 상태를 긍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기 위해 “‘나는 사린 피해자가 아니라 체험자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때로 이런 마음의 태도는 사고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으면서도, 당사자에게 그것을 이겨낼 힘을 주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사린가스 테러 사건에 대한 인터뷰이지만 글을 읽다보면 피해자 개인의 입체적인 ‘삶’의 모습이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미디어에서 사건 사고의 피해자는 대체로 상처받고 대상화된 방식으로 그려지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피해자들에게 통상적인 인터뷰와는 다른 결의 엉뚱한 질문들을 던집니다.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그날 아침에 무엇을 먹었나요, 전철에 타서는 무슨 잡지를 읽었나요, 어릴 적 꿈이 무엇이었나요...

일견 ‘테러 피해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채소 가게에서 망치를 찾는 처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오히려 이런 질문들을 통해 미디어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사건, 삶의 양상들이 물 위로 조금씩 떠오르게 됩니다. 피해자들은 ‘피해자’이기 이전에 자기만의 우주를 지닌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1995년 3월 20일 아침 지요다선을 탔다가 사린가스를 마신 이즈쓰 미쓰테루씨(38)는 선원 출신으로 대기업에서 새우 수입 담당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는 사린가스 테러가 있기 직전 콜롬비아 출장을 다녀왔고, 사건 바로 다음날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했습니다. 딱히 사건과는 관련 없는 이유였습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에 근무하는 피해자 나카타 야스시씨(39)는 어릴적 로큰롤에 빠진 청소년으로, 돈을 벌기 위해 어쩔수없이 음악가로서의 삶을 포기했습니다. 사린사건 피해자로 텔레비전에 나온 것을 본 옛 친구가 연락을 해와 밴드 활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마루노우치선을 탔다가 사린 가스 피해를 입은, 생존자들 가운데서도 굉장히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린 아카시 시즈코씨(31)는 디즈니랜드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는 몸이 다 나으면 어디를 여행하고 싶냐는 말에 ‘이이우니이안(디즈니랜드)’라고 대답합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처럼 단편적인 삶의 조각들을 모으는 이유는, 이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켜 시스템을 하루 아침에 뒤집겠다든지 등의 어떠한 구체적인 목적을 위해서는 아닙니다. 그는 당사자들의 입에서 나온 이 작은 ‘진실’들이 모이다보면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 복판에서 158명의 목숨이 스러졌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도 어언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합동 분향소에는 피해자들의 이름도, 얼굴도 없었습니다. 다만 그 이후 각종 미디어에는 ‘피해자’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일상’적인 장소에서 목숨을 잃기 전에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했고, 어떤 것들을 남겼는지, 어떤 꿈을 가진 사람이었는지 등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피해자 중 한명인 이상은씨(25)는 미국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며 2년 반동안 매일 아침 아버지가 끓여준 국을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상은씨가 세상을 떠나고 이틀 후 입사를 희망하던 회사에서는 ‘좋은 소식’을 전하는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고모씨(25)는 아버지의 휴대폰에 ‘보배’라는 이름으로 저장돼있는 소중한 딸입니다. 3년 전 백혈병 진단을 받은 아버지를 위해 골수를 기증했습니다. 공기업 입사를 꿈꾸던 이모씨(24)의 1분 먼저 태어난 쌍둥이 오빠는 동생이 남긴 ‘귤 먹고 싶다’는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보며 울먹였습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생존자인 이선민씨는 지난 11일 <오마이뉴스>에 글(링크)을 올려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시에 나는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병원에서 삼풍백화점 참사 책임자들이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굴비처럼 엮여 줄줄이 연행되는 걸 뉴스로 봤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내 머릿속에 여전히 그들의 얼굴과 그들이 입었던 푸른 수의와 압송 차량 등이 생생하게 기억 난다”고 말합니다. 이어 그는 말합니다.

“아마도 이날 내가 이런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저들이구나. 저들이 잘못해서 무고한 이들이 죽고 다쳤구나.’ 지금은 그때 내가 두 눈으로 직접 그들이 재판정에 서는 걸 봤기에, 나는 적어도 세월호 유가족처럼 머리를 밀거나 거리로 뛰쳐나와 소리치지 않고도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계속 참사 피해자와 희생자들을 지우면, 이 사회에는 계속해서 삼풍백화점의 망령이 얼굴과 이름을 바꿔 나타날 것이다. 난 무엇보다 이 사실이 가장 두렵다”

우리 사회가 피해자들의 ‘개별 우주’를 낱낱이 기억하는 일, 그들의 삶과 일상은 우리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는 것을 아는 일, 그리고 그들의 일상을 무너뜨린 책임 소재를 묻고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규명, 대비하는 일...

그것이 아마도 한 참사에 대하여 사회가 가질 수 있는 ‘애도’의 방식일 것입니다.

👤11월의 해찰 피드 : #대학입시 #사이다와 고구마

11월 한 달간 SNS에서 특별히 이슈가 되었던 기사, 이슈가 된 사건 등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좋은 칼럼 등을 소개합니다.

#대학입시

지난 17일엔 수학능력시험이 있었습니다. 매년 학벌과 불공정, 제도의 문제 등이 지적되지만 이런 풍경마저도 대체로 바뀌지 않고 반복되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20년간의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시 뿐 아니라 정시 역시 불공정한 결과를 낳곤 한다는 내용의 기획 기사 등을 소개합니다.

자주 바뀔수록 고소득 학생 유리했다

독서 시간: 약 15분 / 글자수 : 약 5000자

👤글 속 한문장

“길어야 4~5년.” 한국 사회에서 대학입시 정책은 4년마다 바뀐다...입시정책이 자주 바뀔수록 상위 계층이 더 잘 적응한다는 것, 그 결과 교육 불평등을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통상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 당국은 4~5년에 한번씩 입시제도를 바꿉니다. 하지만 입시제도를 바꿀 때마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 유리해지는 것은 부유층 학생들 쪽이었습니다. 제도가 자주 바뀔수록 공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 학생들은 적응이 느리기 때문입니다.

SAT 점수와 집 화장실 개수의 상관관계

독서 시간: 약 12분 / 글자수 : 약 4000자

👤글 속 한문장

“‘공정성’이 화두인 한국 사회에서 한날한시에 시험을 치르는 수능은 가장 공정한 입시수단으로 받아들여진다. 고위층 자녀의 입시·교육 스캔들을 거치며 학생의 활동 내역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수시 전형에 사회적 불신이 커진 탓이다. 이 흐름을 타고 대학 입시에서 정시 선발 비율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미국 대학들은 오히려 SAT 점수를 입시에 반영하지 않거나 점수 제출을 선택사항으로 전환하고 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워싱턴대학교 바델캠퍼스 입학사정관 데니스 가고인, <설계된 불평등>의 저자 웨인 아우 워싱턴대 교수를 만나 미국이 현재 왜 '탈 SAT'를 고민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합니다.

대입 스펙은 ‘디자인’하기 나름

독서 시간: 약 13분 / 글자수 : 약 4200자

👤글 속 한문장

““재벌집 자제들도 지도했다”는 압구정의 한 유학 컨설턴트 A씨는 “학생이 토플 100점도 안 되는 학생이고, 간단한 영어 소설도 못 읽을 정도였는데 어머니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NYU에 보내달라. 아프리카어학과든 아랍어학과든 보내달라’고 했다”고 최근 사례를 소개했다. 이 학생은 2년간 1억5000만원의 컨설팅 비용을 투입한 끝에 목표 대학에 진학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SAT를 시행하지 못해 시험 비중이 준 것도 운 좋게 작용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한해 수천만원~수억원에 이르는 대입 컨설팅은 실제로 효과가 있습니다. 현대판 음서제와 다를 바 없는 ‘세습의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국제적 분업구조와 착취구조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최소한의 ‘공정’과 ‘정의’를 세우기 위한 첫 단추는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진단한 '현대판 음서제, 대입스펙' 기획 기사입니다.

방학, 어학연수가거나 혹은 알바하거나

인터랙티브 콘텐츠

👤글 속 한문장

“방학에는 격차가 더 느껴졌어요. 학기 중에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으니까 심한지는 몰랐거든요. 그런데 방학에 학교를 벗어나서 자기의 세상으로 가니까 격차가 보이더라구요. 친구들이 어학연수 가고, 해외에 나가서 SNS에 사진 올릴 때 저는 바코드를 찍고 ‘어서오세요’를 반복했던 것 같아요.”

👤김스피의 블라블라

경향신문, EBS 공동기획 '20대 사다리를 말하다' 인터랙티브 페이지입니다. 다양한 배경, 지역의 대학생 21명을 만나 스펙, 능력과 재능 등의 상관관계에 대해 물었습니다.

#사이다와 고구마

지난달 한 플랫폼에서 카피라이터, 만화가 루나(홍인혜)의 ‘전세역전’(집주인의 전세보증금 미반환으로 인한 약 2년간의 소송, 경매 진행, 낙찰 과정을 그려낸 인스타툰. 큰 호응을 얻으면서 최근 드라마화 확정·웹툰) 비하인드 시리즈가 연재되었는데요.(링크) ‘전세역전’은 수억 전세금을 한순간에 날릴 뻔한 작가 본인의 경험담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에 ‘납량일상툰’ ‘현실스릴러’ 등의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한 회차에 달렸던 여섯 글자의 심플한 댓글이었습니다. “사이다 플리즈”

웹소설의 세계에선 ‘사이다’가 인기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하루 아침에 ‘법대로’ 수억원을 날리게 된 약자인 세입자의 입장에서 ‘사이다 썰’이라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당시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보며 멍하니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 화제의 웹소설 원작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역시 기본 서사는 ‘사이다썰’입니다. 재벌 기업에서 '충직한 머슴'으로 일하다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힘없는 직원이 재벌집 막내 아들로 환생하면서 총애를 받는 이야기죠. 한편 생각해보면 ‘환생’을 하지 않는 이상 현실에서 억울한 이들이 구제받을 일은 없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독서 시간: 약 4분 / 글자수 : 약 1300자

👤글 속 한문장

“상상은 희망의 동력이 되지만, 어떤 상상은 절망의 표징이 되기도 한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다가 든 생각이다[...]“젊은 나이에 이렇게 큰돈의 주인이 되었네요. 노력인가요, 행운인가요?” 노력이 좌절된 사회에서 성공하는 일이란 결국 ‘재벌집 막내아들’로 다시 태어나는 행운을 통해서만 가능하게 된 것일까?“

👤김스피의 블라블라

<드라마의 말들>을 쓴 오수경 작가가 화제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대해 쓴 칼럼입니다. '이생망'과 '사이다'가 만났을 때, 어떻게 오늘날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인기 서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이다’라는 진통제

독서 시간: 약 5분 / 글자수 : 약 1500자

👤글 속 한문장

“적을 개인 또는 하나의 집단으로 상정하는 사이다 서사는 구조 속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인과관계를 사라지게 만든다. ‘사이다’를 성공적으로 끝낸 개인은 그 구조에 집중하지 않는다. 이것은 내가 입은 피해만큼을 보상받으며 모두 끝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사람들이 끊임없이 사이다를 찾는 이유는 사회가 계속 진통제를 찾아야 할 만큼 병들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김스피의 블라블라

이융희 문화연구자가 유행하는 '사이다썰'에 대해 분석한 칼럼입니다. 필자에 따르면 '사이다썰'은 '정의구현'을 부르짖지만 옛날 <흥부전> 등의 '권선징악' 서사와도 차이가 있습니다. 구현하는 정의는 어디까지나 주인공인 '나'의 사적 정의이기 때문입니다.

⌛공지: 시즌 휴재 안내

어언 연재 기간으로는 1년하고도 3개월, 발행 횟수는 70회차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연재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연구자님들의 호응 덕분이었습니다.

다수의 뉴스레터들이 콘텐츠의 퀄리티 제고 및 업그레이드를 위해 시즌제를 채택하고 있음에도 그간 인스피아는 시즌 휴재 없이 꾸준히 주 1회 연재를 이어왔습니다. 그간 많은 책들을 함께 읽고 교류하며 저 역시 연구자님들로부터 큰 배움을 얻어왔습니다.

다만 그간 오랜 고민이었던 뉴스레터 취합 아카이브 페이지 제작 등의 이슈로 인해 인스피아는 오는 12월 한달 간 시즌 휴재기간을 가질까 합니다. 휴재 기간 동안, 프로젝트 외에도 그간 감히 읽지 못하고 책장 한켠에 쌓아두었던 ‘벽돌책’ 등을 읽으며 여러 참신한 해찰거리를 궁리하고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2023년 1월에 알찬 레터로 다시 뵙겠습니다. 연구자님들께서도 즐거운 연말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