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읽은 책과 내용은 똑같은데, 왜 그렇게 전혀 다른 감정이 생긴 걸까요?" S씨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책은 변하지 않았지만 제가 변했으니까요. 50년이라는 인생을 살다보니 잔느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그녀의 운명도 역시 조금은 이해가 되더라고요. 소설이긴 하지만, 누군가의 일생을 판단하려면 그 사람에게도 일생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어요."[...]나는 책을 찾아주는 대신 그 책에 얽힌 사연을 수고비로 받는다. 하지만 가끔 귀한 삶의 깨달음을 얻고 나면 한동안 마음이 숙연해진다. 누군가에게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낡은 책 한권이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일생을 통해 찾은 소중한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마치 진상손님 같지만, 이 관계가 이어져온 이유는 그가 말은 이렇게 해도 꽤 살뜰하게 채링크로스 가족들의 안부를 살피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1950년 이후 전후에 제대로 된 먹거리를 구할 수 없는 영국의 헌책방 가족에게 때마다 베이컨이며 달걀, 햄 등을 보냅니다. 어쩌면 이는 헌책 값보다 되레 더 많이 나갔을 수도 있는데, 여기서 그의 정이 잘 드러나죠. 

지금에야 헌책방은 어딘가 ‘마니아’같은 사람들만 드나드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불과 몇십년 전만해도 헌책방은 읽고 싶은 책을 찾아서 저렴하게 읽기 위한 꽤나 실용적인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헬렌 한프는 그저 가장 실용적이고 ‘합리적인reasonable’ 의미에서 헌책방을 잘 이용했던 독자이기도 하고요. 

👤여유로운 행복 연구자님 : 단지 효율에 따라 누군가를 삶의 터전에서 쫓아내는 것은 역사상 약자들에게 수없이 반복돼왔던 ‘간편한 해결책' 이라는 단어는 비단 재난과만 관련된 단어가 아닐 것 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라의 88올림픽을 필두로 여러 나라의 과거의 올림픽을 보면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빈민가, 재개발 구역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거주민들을 내쫓는 사례들을 보면 말이죠. 아이러니하게도 그때의 그 시대에서는 그러한 가치가 의미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현재에서 우리가 그러한 해답들을 간편한 해결책이라 평가하며 반성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미명하에, 우리는 단순히 역사가 반복된다라는 굴레에 갇혀있지말고,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레터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