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봄 날씨가 완연해졌습니다. 최근 SNS에서 12월 3일로부터 100일이 넘게 지났다. 즉 1년의 약 ‘3분의 1’(26일 현재 기준 114일)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흘러갔다는 말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결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만 있습니다. ‘내란성 우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연구자님들께서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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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첫째주에는 ‘제3의 장소와 가격’이라는 키워드로 편지를 보내드렸고요(💌왜 도시는 삭막할까? : 제3의 장소와 입장료). 셋째주에는 ‘요약’이라는 키워드로 편지를 써보았습니다(💌‘요약’을 읽는 건 재밌을까? : 건조한 요약과 우아한 요약). 

두 통의 편지 모두 평소 오랜 고민거리 혹은 질문과 맞닿아있는 것이라 쓰면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고, 또 새롭게 깨우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는데요. 특히, 제3의 장소와 관련해서는 편지를 읽고 나서 평소에 비해 많은 연구자님들께서 피드백을 통해 경험과 이야기를 들려주시기도 해서 이런 문제를 고민해온 것이 나만의 일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일상적 장소의 문제는 ‘정치’의 문제와 떼어놓을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기도 했고요.1)

이어 지난주에 보내드린 편지는 ‘요약’에 대한 편지였는데요. 실은 이 레터와 관련해서도 하고 싶은 얘기가 조금 있는데, 일단 우선 말씀을 드리자면 - 눈치채신 분이 계셨을지 모르겠지만, 약간의 발송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발송 사고란 제가 평소 레터를 보내드리는 시간인 수요일 6시30분보다 15~20분정도 늦은 시간에 발송이 되었다는 건데요. 이는 ‘실수’가 아닙니다. 제가 6시30분까지도 레터를 아직 다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원고를 써두지 못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실은 마지막까지 왠지 모르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였는데요. 계속 얼추 다 써두었던 레터를 통으로 지웠다 다시썼다, 겨우 완성을 한 뒤 급하게 발송 버튼을 누르고 나서... 이마를 문지르며 생각했습니다.

그간 매번 마찬가지긴 했지만, 직전 회차가 유독 (얼핏 보기엔 무난한 이야기 같지만) 마무리를 짓기 어려웠던 것은 아마도 오늘날 ‘요약’이라는 말이 갖는 의미가 꽤 다층적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아니, 실은 오늘날 요약이라는 말이 갖는 의미는 별로 다층적이지 않습니다. 그냥 제가 요약이라는 말에 다층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고 하는 쪽이 더 맞는 말일 것 같습니다. 애초에 <황금시대>같은 잡지 책을 어린이책이라든지 라틴아메리카 고전 문학이면 모를까, ‘요약’이나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읽어내는 경우는 거의 없을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번 에세이에서는, ‘요약’이라는 단어에 대해 조금 더 해찰을 이어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약 일주일 간 페이스북에선 한 편의 칼럼을 둘러싸고 큰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얽힌 장문의 반박, 그 반박에 대한 반박, 공감, 다른 측면에서의 글...등이 거의 수십편 넘게 게재될 정도였는데요. 발단이 된 칼럼은 정희진 여성학자가 경향신문에 쓴 <내전과 공존>(하단)이라는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핵심이 되는 질문은 '나와 다른 의견을 지닌 이들'(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공동체의 안녕을 저해하는 이들, 나를 위협하는 이들)과 과연 공존할 수 있는가, 였습니다. 공존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들이 있었고, 한편 명백한 범죄나 혐오에 대해서는 '공존'이라는 편안한(!) 단어를 쓰기보단 보다 '엄격한' 처분이 필요하다는 주장들도 있었죠.

그간 인스피아에서도 관련 주제를, 다양한 맥락에서 다루었었는데요.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더 구체적으로 공존을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레터의 초입에도 적었습니다만, 벌써 12월 3일 이후 100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내란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지만, 한편 심각한 문제는 (일련의 사태로 인해서 엄청난 사회경제적 여파가 닥치고 있으며, 특히 그 영향이 주로 사회적 약자에게 미치고 있다는 점 외에도) 그 거대한 문제가 블랙홀처럼 모든 사회적 의제와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하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관심을 빨아들이게 된다는 점입니다. 

지난 16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그냥 쉬었다’는 2030 청년 인구는,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래 최대라고 합니다(링크). 이런 취업난은 경제적 어려움 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까지 낳으며 심각한 정신적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사회는 일하는 청년들에게 '노동값'도 제대로 지불하고 있지 않죠.

매달 마지막주 레터에 한 달 간 출간된 신간 위주로, 제가 주목해 작은 책꽂이에 꽂아둔 책들을 간단히 소개해보려 합니다. 언젠가는 인스피아 레터에서 다루게 될지도요. 다 읽은 책도 있고, 아직 일부만 읽은 책들도 있습니다.
괄호 안에는 온라인 서점으로 연결되는 링크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기후위기를 '천재지변'처럼 생각하곤 합니다. 원인(에 대한 책임)과 결과(에 대한 영향)가 공평하고, 어떻게 손 쓸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저자는 '계급'이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소비보다는 생산이라는 측면에서 기후위기를 바라봅니다. 특히 책이 자본가 / 전문직 / 노동자라는 세 계급으로 나누어 기후위기에 접근하는 시각이 신선합니다.

-책의 부제는 '기술에 휩쓸린 시대를 살아가는 마음들'입니다. 저는 이 '휩쓸린'이라는 단어가, 그간 몇년의 생성형 AI 열풍을 맞이했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파도에 능숙하게 올라타서 '신인류'가 된 사람들도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사를 보며 막연히 미래를 걱정하곤 하죠. 그렇다고 기술을 무조건 배척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저자들은 일선에서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 AI와 관련된 전망을 그려갑니다.

지난 회차 레터(‘‘요약’을 읽는 건 재밌을까? : 건조한 요약과 우아한 요약‘)에 대한 감상 및 피드백 노션 페이지는 아래 버튼을 누르면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