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놓고보면, 뭔가 당연한 이야기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로는 우선, 저자의 독특한 이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하버드대학원을 졸업해 하버드 교수로 재직하다 현재는 Populace의 공동창립자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얼핏 완전히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사람 같지만, 그는 사실 중학교 때 ADHD 판정을 받고 낙제점을 받고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공장, 식당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다가 나중에서야 대입검정고시를 보고 학위를 따 하버드 교수가 된 독특한 인물이죠.

그는 수업을 잘 따라갈 수가 없었고, 흥미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해도 멍할 뿐이었습니다. 대신 정말로 자기가 관심이 있는 것에 대해서 파고들길 좋아했죠. 그럼에도 ‘정해진 시기’에 ‘모두가 똑같은 것을’ ‘정해진 방식으로’ 행하여 ‘정해진 시간’ 안에 시험을 봐야 하는 것은 그에게 도무지 맞지 않았습니다.

즉, 그에게 있어서 ‘평균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아!’라는 말은 단순히 책 속의 얌전한 글자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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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에서 오늘날의 ‘객관식/평균지향의 시험’을 ‘테일러주의’와 연결시키는데요. 테일러리즘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은 ‘비효율’을 낳았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노동자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시험 역시 이를 따랐고요. 학생들은 개인의 개성이나 성향과 상관없이 같은 시기에 같은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컨베이어벨트 위에 있는 것은 자동차나 통조림만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풍부한 예시를 들어 ‘육각형 인간’같은 걸로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 중 제가 인상깊게 본 두가지 대목이 있었는데요.

우선, 어떤 능력을 측정할 때 ‘시간(빠르기)’이 결코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시간이 중요한 경우도 있겠죠. 하지만 이것이 모든 종류의 성과를 다 판단할 수 없다는 건데요. 예를 들면, 설명서를 보고 빠르게 과학상자를 조립한 아이가 꼭 ‘과학적 능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정해진 시간 안에 조립을 다 하진 못했지만, 오래 시간을 두고 아예 다른 현상을 추론해버릴 수도 있는데요. 1시간 만에 정형화 된 작문을 착착 해내는 사람이라고 해서, 제약이 없을 때 좋은 책을 쓰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너무도 당연하게 ‘시간’은 능력평가의 정중앙에 코끼리처럼 앉아있습니다.

옥스퍼드 튜토리얼이란, 정규 수업과는 별개로 ‘1:1’ 혹은 ‘2~3:1’ 정도로 한명의 튜터(교수, 박사과정생 등)와 소수의 학생이 일주일에 1~2번씩 1시간 정도 직접 교수연구실 등에서 만나 자율적으로 밀도높은 토론, 질의응답, 지도 등을 하는 시간인데요.

이 책의 표지라든지 제목을 얼핏 보면, 마치 “옥스퍼드는 굉장해...”라고 입을 벌리게하고 사람들을 주눅들게 하는 책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이 책을 정작 읽다보면, 책의 목적은 옥스퍼드 튜토리얼을 완벽한 커리큘럼으로서 이상화하기 위함도, 이것은 전통이니까 무조건 좋고 지켜내야만 한다!라고 외치기 위함도 아닙니다. 실제로 이 책에는 멍때리며 낙서를 하는 학생이나,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혼란을 느낀 튜터의 고민, 비효율적인 교육에 대한 변명, 어리둥절함 등이 많이 실려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쪽이 주된 내용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돈데요.

제가 이 책을 마지막으로 함께 보고 싶어서 가져온 이유는, 이 책이 가성비와 교육(평가)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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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열네명의 개성 강한 각 학과(영어학, 법학, 생물학, 정치철학...)의 교수들이 쓴 글인만큼 굉장히 밀도가 높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제가 주목한 두 가지 이야깃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가성비 최악(?)의 시간 

2.튜터와 학생의 대등한 평가, 소통

1.우선 옥스퍼드 튜토리얼이라는 시스템은, 얼핏 보기에도 어리둥절해질 정도로 가성비가 최악입니다.

‘당장 쓸모없는 것’(교양 교육)을 가르치면서, 수량적인 성과도 뾰족하게 나오지 않고, 심지어 교수와 학생의 1:1 위주라 많은 비용이 듭니다. 특히 교수 당 학생수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 다른 대학들에 비해 교수 인건비에 막대한 기부금 등 재원이 든다고 합니다.

심지어 ‘수업’이라고 하기에도 어려운데요. 정해진 교안이나 시험 등이 없고, 튜터와 학생의 개성이 중요하다보니 '튜토리얼은 자고로 이렇다!'라고 정의할 수 없다는 점 자체도 튜토리얼의 중요한 특징이죠. 당연히 항상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하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스퍼드 튜토리얼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들은 목소리를 냅니다. 원래 교육은 ‘그런 것’이라고요.

그리고 만약 그렇지 않고, 모든 것을 효율적인 방법으로 ‘주입’하고 ‘산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 쪽이야말로 실용성도 없을 뿐더러 교육도 아니라는 거죠.

원래 ‘목적’을 생각한다면 - 단지 겉모습만 잘 꾸며 그럴듯해보이는 가성비 주입식 수업이란, 찌개를 먹고 싶어하면서 물만 끓여놓고 찌개를 끓인 기분만 내는 것과 비슷할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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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이어, 튜터는 학생과 대등하게 소통합니다.

튜터들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아는 석학’이라기보다 한 학생을 이끌어주는 - 동등한 연구자이자 선배로서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튜터들은 항상 어떻게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을지 고민하고, 학생들의 개성을 어떻게 파악하고 평가하고 그 단계에 맞는 ‘적절한 피드백, 자극’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