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사람 : 김스피
받는 사람 : 연구자님
‘진짜 일’의 두 가지 조건(feat.조지 오웰)
[7월의 김스피]
|
|
|
지난 26일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팔레스타인 선수단이 환호 속에 행진하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약 3만9000여명이 사망한(25일 기준) 팔레스타인은 태권도 등의 종목에서 8명의 선수가 출전했습니다. AFP |
|
|
>7월 레터의 비하인드 : ‘진짜 일’의 두 가지 조건(feat.조지 오웰)
>7월의 해찰 피드 : #올림픽과 생활체육 #도시의 잼
|
|
|
안녕하세요. 연구자님.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하루 전인 지난 30일, 기상청이 “장마 끝”을 공식 선언했다고 합니다( 링크). 그간 거의 한 달간 폭우와 찜통같은 더위가 번갈아 오며 사람들을 괴롭게 했는데요. 마치 찜기에 물을 뿌린 뒤 쪄지고 있는 찐빵이 된 기분이 들기도 했었죠. 연구자님들께선 무탈히 장마 기간을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별로 돌이키고 싶지 않은 기억입니다만, 그래도 장마가 남긴 소소하고 각별한 추억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주쯤 저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몇권 빌려 즐겁게 돌아오는 길에, 가게에 잠깐 들러 군것질거리를 몇개 샀습니다. 그러고 밖으로 나오려는데 갑자기 돌연 하늘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 무섭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예보엔 비 표시조차 없었는데 말이죠.
회사에서 걸어서 스무 걸음 정도 되는 거리에 있는 가게라 그냥 눈을 질끈 감고 뛸까 생각했지만 분명 두 걸음도 못가서 물에 젖은 신문지 꼴이 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가방에 책이 몇 권 들어있다는 사실이었죠. 아무리 안고 뛰어도 책이 젖고 말 위험도 있었습니다. 품에 안은 가방 속 책이 두근두근하고 있었습니다.
|
|
|
잠깐 오고 그칠 것 같았던 맹렬한 소나기는 20분 넘게 계속 되었고, 그렇게 자포자기 한 채 한뼘정도 되는 차양 밑 구석에서 웅크려 책을 하나 꺼내어 조심조심 읽고 있을 때였습니다. 가게에서 아주머니가 나와 검정 우산을 하나 건네주셨습니다. '손님이 놓고간 것이니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시면서요.
저는 아주머니가 베풀어주신 호의에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에선 어찌됐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무언가가 일어나게 된다는 생각을 새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돈이 오가진 않았지만 무엇인가 일어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연구자님께서 인스피아를 읽는 경험도 그런 경험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첫주 레터에선 ‘미래에 일이 AI로 대체될지(그리고 대체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고민하기보다는 질문의 방향을 바꾸어 ‘일이 AI로 대체되면 누가 손해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자고 제안했고요. 셋째주 레터는 통상 ‘어떻게 더 빨리 많이 읽을까?’라는 고민이 주를 이루지만 그와 반대로 ‘어떻게 천천히 읽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본 회차였습니다.
편지를 보내고 나서도 이런저런 단상이 남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조지 오웰의 책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과 ‘진짜 일’과 관련해 짧게 해찰거리를 준비해보았습니다.
|
|
|
👤7월 레터의 비하인드 : ‘진짜 일’의 두 가지 조건(feat.조지 오웰) |
|
|
지난 3주차 편지에선 ‘느리게 읽기’를 이야기했습니다만, 느리게 읽기의 끝판왕은 역시 ‘읽은 책 또 읽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같은 책을 별다른 이유 없이 두고두고 여러번 읽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요. 제 경우엔 그 중 한 권의 책이, 3주차 레터에서 짧게 언급했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입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까워, 버스에 앉아 조는 척하다가 또 꺼내읽곤 했죠.
오늘 에세이에서는 그 책을 조금이나마 함께 꺼내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가져와보았습니다.
*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이하 <밑바닥 생활>)은 <1984> <동물농장>을 쓴 작가 조지 오웰(1903~1950)이 젊은 시절, 약 5년 간 파리와 런던 빈민가에서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입니다.
단지 관찰을 한 게 아니라 그가 직접 겪었던 일이기 때문에, 모든 묘사는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예를 들어, 빈민용 간이 숙소의 공용 주방에 앉았을 때 나무 식탁 아래로 바퀴벌레가 파도처럼 움직이는 장면이라든지(!), 며칠 굶은 나머지 너무 배가 고파 센강에서 장대에 파리를 달아 물고기를 잡는 장면 묘사 등은 아주 생생하죠.
|
|
|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영문판 표지 (왼쪽) 접시가 산더미처럼 쌓인 호텔 레스토랑 주방의 모습 / 펭귄출판사, AR(링크) |
|
|
오웰은 배가 몹시 고팠고, 밥을 벌기 위해선 일을 해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 책에서는, 단순히 빈민가 풍경 묘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의외로 ‘일’에 대한 꽤 심도있고 입체적인 통찰들이 밀도있게 이어지는데요.
제가 이 책을 읽어가며 특히 인상 깊게 머무른 대목은, 그가 밑바닥 생활을 하는 도중 돈을 벌기 위해 일한 호텔과 레스토랑의 접시 닦이 ‘일’과 관련해 풀어놓는 통찰들이었습니다.
*
<밑바닥 생활>에서, 별다른 손재주가 없는 주인공은 파리의 한 고급 호텔주방에서 접시 닦이 일을 겨우 얻게 되는데요. 말이 접시 닦이지, 실은 아주 다양한 잡일을 다 하는 주방의 막내입니다.
이 일은 얼핏 보기에 숙련이 필요하지 않은 ‘몸으로 때우는 노동’인 것처럼 보이지만 잘 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요령이 필요한 중노동이었죠. 조지 오웰은 식사 시간 전후로 주방의 전쟁같은 풍경을 아래와 같이 그립니다.
|
|
|
* 일은 한 번에 두시간씩 폭발적으로 몰려왔다 […] 겉으로만 보면 이 바보같은 주방일보다 더 쉬운 것도 없겠지만 급하게 해야 할 때는 놀랄 만큼 어려운 일이다 […] 예를 들면 토스트를 굽는데, 탕 하고 내려온 음식 승강기는 홍차와 롤빵과 세종류의 잼을 주문하고, 동시에 탕하고 다른 승강기가 내려와 휘저어 부친 달걀과 커피와 그레이프 프루트를 요구한다. 달걀을 가지러 주방으로 뛰고, 토스트가 타기 전에 번개처럼 과일을 가지러 종업원 식당에 다녀오고, 홍차와 커피도 기억해야만 하는데도 그밖에 처리할 주문들이 대여섯가지 남아있다. 이와 동시에 어떤 웨이터가 탄산수 한병이 없어졌다고 따라다니면서 소란을 피워서 함께 말다툼을 한다. 예상하는 것보다 더 두뇌를 요구하는 일이다. 마리오는 쓸만한 커피 준비실 종업원이 되는 데 일년이 걸린다고 했는데, 틀린 말이 아니었다. 여덟시부터 열시 반까지는 일종의 정신착란의 시간이었다. 우리는 때로는 남은 인생이 5분 뿐인듯이움직였다.
* 이 불결하고 작은 식기실을 둘러보면서 우리들과 저 식당 사이에 양날개 문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재미있었다. 식당에는 깨끗한 식탁보, 꽃병, 거울, 금박 처마 장식, 아기 천사 그림 등 온갖 화려함을 누리는 손님들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불과 몇 자 떨어진 이곳에서 우리는 혐오스럽도록 불결했다.
-조지 오웰,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이하 동일) |
|
|
그리고 접시 닦이들이 난장판이 된 채 일하는 주방과 고급 레스토랑은 ‘문 하나’만 둔 채 극과 극의 풍경이었죠. 마치 천국과 지옥처럼요.
하지만 노동자들이 모두 지옥같은 환경 속에서 ‘억지로’ 돈을 위해서만 일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마리오라는 한 숙련 직원은 묘기에 가까울 정도의 속도로 멀티태스킹을 하며 세 명 분의 일을 거뜬히 해내는데요. 이런 숙련 노동자들의 명예감과 뿌듯함, 그리고 초보의 우왕좌왕으로 주방의 일은 여차저차 흘러갑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에 거의 열다섯시간~열일곱시간을 일해야 했고 - 심지어 창 밖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도 3분만에 잊고 그냥 까무룩 잠들 정도로 굉장히 고단한 일이었지만, 오웰은 접시 닦이 일 덕분에 시도때도 없이 굶주리던 삶에서 벗어나 빵과 술을 먹고 비교적 안정적인 주거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하지만, 흥미롭고 새삼스럽게도 오웰은 그저 접시 닦이 일이 준 ‘빵’과 ‘뿌듯함’에 만족하지 않고, 접시 닦이 일의 본질에 대해 곰곰 고찰해가기 시작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이 일이 결국 ‘궁극적으로 뭐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 - 무슨 가치가 있는 일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건데요.
저도 오웰의 고찰에 동참하면서 ‘진짜 일’에 대해 궁리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진짜 일의 조건을 아래의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보았습니다.
1. 진심 : ‘일에 진심을 담았는가?’
2. 사회적 이익 : ‘그 일이 궁극적으로 사회적 가치 증진에 도움이 되는가?’
*
우선 ‘진심’과 관련해서는,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부분의 일엔 진심이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만원 짜리 밥을 팔 땐 원재료와 수고가 가장 적게 들어갈 수록 ‘이득’(가성비)이고요.
또한 아무리 조지 오웰을 비롯한 주방 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는 수익성을 위해 ‘빨리빨리’ 움직이도록 채근당하며 아주 열악해빠진 환경에서 기진맥진 일하기 때문에, 마치 엄마가 해준 집밥처럼 ‘진심’을 담아 음식을 할 순 없다는 차원에서도 그렇습니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파리의 고급 호텔에 묵는 고상한 부자 손님들에게 한번 바닥에 떨어뜨렸던 토스트를 그대로 내어 가거나 외국인 손님이 주문한 간촐한 아침밥(소금물)에 비싼 정찬값을 고스란히 받기도 하죠. 오웰은 말합니다.
|
|
|
대체로 이때의 “일”은 좋은 서비스의 흉내만을 의미한다. 그 결과로 호텔은 비록 시간 엄수의 기적을 일으키지만 중요한 점에서는 가장 못한 가정집보다도 못하다 […] 호텔과 음식점에서는 시간 엄수와 세련됨을 위해 좋은 음식을 희생하므로 그 불결은 생득적이다 […] 암으로 죽는 사람이 의사에게 단순히 “하나의 사례”이듯이 그 종업원에게 음식은 “하나의 주문”일 뿐이다. |
|
|
이 대목은 지난 편지에서도 인용하기도 했는데요.
대체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은 고객을 한 명의 사람으로서 보기보다는, ‘돈을 주는 귀찮은 일거리’라든지 ‘잠재적 진상’으로 보게 된다는 거죠. 이는 직원이 그냥 악당이라서 그렇다기보다는, 대체로 열악한 노동 환경이 그렇게 만듭니다.1)
|
|
|
접시 닦이가 현대적인 세계에서 노예들 중에 하나라는 점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 그는 사고파는 노예 못지않게 부자유하다. 그의 일은 노예적이고 기술이 없다. 그는 딱 살아 있을 만큼을 보수로 받는다. 그의 유일한 휴일은 해고이다. 그는 결혼의 길이 막혀 있고 만일 결혼을 한다면 그의 아내도 일해야 한다. 행운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면, 그는 교도소를 빼고는 이 생활로부터 도피할 곳이 없다 [...] 이들을 게으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게으른 사람은 접시 닦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
|
|
*
둘째, ‘사회적 가치’에 대해섭니다.
요는, 진심이든 아니든 간에 그렇게 한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것인데요.
예를 들면, 권력자의 이익을 위해 왜곡 보도를 하는 일, 거짓·혐오 정보를 퍼뜨리는 사이버레카, 부유층의 탈세를 위한 조언하는 일, 불량식품을 잔뜩 만들어 파는 일 등은 자기 일에 장인정신(?)과 뿌듯함을 느낀다고 할지라도 사회적으로는 가치를 만들어냈다고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지난달 국내 개봉한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주인공은, 아우슈비츠에서 유태인들을 더 ‘효율적’으로 학살하기 위해 열심을 다 한 책임자(루돌프 회스·아우슈비츠 수용소장)인데요. 이런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해서 그 일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진짜 일’이라고 보긴 어렵겠죠.
그런데 이처럼 뚜렷하게 나쁜 일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그 경계에 있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오웰은 자신이 하는 ‘접시 닦이’일이 실제로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특히나 접시 닦이로 일하는 사람들이 아주 고단하고 끔찍하게 힘든 노동을 감수해야 한다는 걸 감안한다면, 더더욱요.
아래 대목은 조금 길긴 합니다만, 낯설지만 호쾌하게 전개되는 논리에 감탄하며 옮겨 적은 대목입니다.
|
|
|
접시닦이 일은 문명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가?
우리는 이 일이 힘들고 불쾌하므로 “정직한” 직업일 것이라고 여기고, 또 우리는 육체노동을 일종의 물신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나무를 베어넘기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사람이 자신의 근육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확인한다. 우리는 그가 흉한 조각상을 놓을 자리를 마련하느라 아름다운 나무를 베어 넘기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접시닦이의 경우도 같다고 믿는다. 그는 이마에 흘리는 땀으로 밥벌이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유용한 일을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대체로 사치가 아닌 사치만을 제공할 따름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말하는 사치가 아닌 사치의 한가지 예로서 […] 인도의 인력거꾼이나 합승마차 조랑말이 그것이다 […] 이런 것이 불필요한 일의 사례인데, 왜냐하면 합승마차와 인력거가 진짜로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존재하는 것은 오직 동양인들이 걷는 것을 천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사치품이고, 타본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것처럼 매우 부실한 사치품이다. 이것들이 제공하는 적은 양의 편의는 결코 그 사람과 그 짐승의 고통을 상쇄할 수 없다.
접시닦이도 마찬가지이다 […] 결국에는 큰 호텔과 고급 음식점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 이것들은 사치를 제공한다고 여겨지지만 실제로 이것들은 사치의 값싸고 조악한 모조품을 제공할 뿐이다 […] 똑같은 비용으로 가정집에서 먹을 수 있는 것만큼 좋은 식사를 음식점에서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 호텔과 음식점이 존재해야만 하는 것은 의심할 수 없지만 그것들이 수백명의 사람들을 노예화해야 할 필요는 전혀 없다 […] 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이익을 얻지 못한다 […] 본질적으로 “고급” 호텔은 200명이 정말로 원하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바가지를 쓰도록 100명이 악마처럼 고생하는 장소이다. |
|
|
한편 어떤 종류의 일은 받는 돈이나 대우에 비해 많은 사회적 가치를 발생시키죠.
예를 들어 노인들의 폐지수집처럼요. 산더미같은 폐품을 가져가도 동전 몇개를 받을 뿐이지만, 폐지줍는 노인들의 노동은 우리나라 재활용의 60% 정도를 떠맡고 있다고 합니다.(링크) 돈이 되지 않더라도 사회를 더 낫게 만들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
|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중심 인물인 루돌프 회스 아우슈비츠 수용소장. 그는 '효율적으로' 유태인 수용자들을 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왼쪽) KBS는 2022년 폐지수집 노인 실태 보고서 연속 보도(<GPS와 리어카>)를 통해,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이 재활용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보다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 영화 예고편 갈무리, KBS |
|
|
현실에서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 간의 차이가 모호한 경우도 많겠지만, 이런 기준을 가져다댔을 때 조건을 통과할 수 있는 일은 극소수에 불과할 텐데요.
많은 경우 가장 절실하게 도움과 헌신이 필요한 약자들은 누군가를 고용할 돈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 레터에서도 다루었던 김혜진의 소설 <9번의 일>에서 공장 외국인 노동자들은 누렇게 변색될 정도로 닳아지고 낡아빠진 와이파이 공유기를 쓰지만 새것으로 바꿀 돈이 없습니다.
반면 찰스 디킨스의 유명한 장편 소설 <두 도시 이야기>(1859) 속 백작은 맛있는 코코아를 마시는 데만도 무려 시중드는 하인이 4명이나 필요했다고 하는데요.2) 그 4명은 개인들이 얼마나 돈을 벌고 보람을 느끼는지와는 별개로, 사회적 가치로는 백작이 평생 먹은 코코아로 인한 만족감의 1/4만큼 기여를 했을 것입니다.
*
물론 ‘진짜 일’이 아닌 일들은 모조리 없어져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완벽한 ‘진짜 일’이라는 것은 어느정도는 상상 속의 관념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편지를 써두고 보니, 오히려 스스로도 궁금해집니다. 왜 저는 조금 뜬금없이 ‘진짜 일’이라는 단어에 꽂힌 걸까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진짜 일’에 대해 한번쯤 새삼스럽게 해찰해보는 것도,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는지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날 세상은 수많은 일로 와글바글 분주하지만 정작 세상을 진짜로,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드는 일은 너무너무 적고요.
신문을 펼쳐보며 곰곰 생각합니다.
과연 우리 사회에 진짜 일을, 타당한 대우를 받으며3)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자의로든 타의로든 진짜 일이 점점 더 줄어들어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모두 즐겁게 살 수 있을까요?
그리고 오늘날 좀처럼 누구도 ‘진짜 일’에 대해 고민해보는 일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고민은 좀 ‘비생산적’이니까요.
|
|
|
1)앤디 필드의 <만남들>(링크)에서는 영국의 한 민간 기업 콜센터에 근무하는 콜센터 노동자가 열악한 근무 여건을 이겨내기 위한 유일한 ‘탈출구’로, 대화를 원하는 것처럼 보이는 고객과 최대한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고 씁니다. 이마저도 '시간당 콜수'를 엄격하게 체크하는 환경이라면 불가능하겠죠.
'진상 고객'에 대해 썼던 이전 레터(💌)에서 다루었던 앨리 러셀 혹실드의 <감정노동>에선 항공사 직원들의 노동 조건을 주로 살피는데요. 이 책의 핵심은, 항공사 직원들이 자기 노동이 '감정노동'이라 싫어했다가 아니라 - 1960년대 이전엔 훨씬 더 적은 승객들을 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고 고객을 진심으로 친절하게 대할 수 있었던 승무원들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로는, 예를 들어 옛날에는 하루에 100명 고객을 상대했다면, 하루에 1000명 이상을 상대하게 되면서 자기 일로부터 소외됐다는 내용입니다. 즉, 요는 일 자체의 속성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일의 강도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생각해보면, 만약 하루에 한편씩 인스피아를 써야 한다면 저는 두손을 들게 될 것입니다.
2)“대귀족 나리의 입술에 흐뭇한 코코아를 대령하려면 네명의 사람들이 필요했다. 첫번째 시종은 코코아 단지를 신성한 안전으로 들고 았고, 두번째 시종은 해당 용도에 쓰이는 고급스러운 도구를 이용해 초콜릿을 휘저어 거품을 냈으며, 세번째 시종은 은혜로운 냅킨을 준비했고, (금시계를 지닌) 네번째 시종은 코코아를 따랐다. 대귀족 나리의 경우 코코아 시종들 중 한명이라도 줄어들면 찬란한 하늘 아래 고귀한 신분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했다. 만약에 천박하게도 그의 코코아를 시중드는 인원이 세명에 불과하다면 가문의 명예에 짙은 얼룩이 질 것이었다. 두명에 불과하다면 그냥 죽어버릴 것이었다.”-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3) ‘진짜 일’을 점점 하기 어려워지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그런 일에 대해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값을 치르지 않아왔기 때문입니다.(링크)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불쉿잡>에서 사회에 기여할 수 없어 슬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심정을 전하기도 했죠
“사람들로부터 가장 자주 들은 불평은 이것이었다. ‘나는 인생에서 쓸모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 아니면 적어도 누군가를 해하지는 않는 일 말이다. 그런데 이 경제의 작동방식에 따르면, 평생 타인을 돌보면서 살려고 하면 보수가 너무 낮아 빚을 크게 지고 자기 가족도 돌보지 못한다”-데이비드 그레이버, <불쉿잡> |
|
|
👤7월의 해찰 피드 : #올림픽과 생활체육 #도시의 잼 |
|
|
7월 한 달간 SNS에서 특별히 이슈가 되었던 기사, 이슈가 된 사건 등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좋은 칼럼 등을 소개합니다.
#올림픽과 생활체육
지난 26일 (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의 막이 올랐습니다. 오는 8월 11일까지 진행되는데요. 무덥고 축 쳐지는 기분에 그나마 올림픽이라는 이벤트가 있어 약간은 설레는 마음을 품게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올림픽은 친환경,가성비 올림픽이라는 점에서도 이목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국가의 대표팀은 평균적 체류비의 몇배나 되는 돈을 들여 개별적인 호텔을 예약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링크)
다만 올림픽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화면 속 뛰어난 선수들을 보며 문득 생각하게 되곤 합니다. 그들의 기량은 그 자체로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메달의 개수가 과연 그 나라 국민들의 체육 수준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죠. 매 올림픽 마다 일부 종목에선 본업이 따로 있는 아마추어 선수가 등장해 화제가 되곤 하는데( 링크), 우리나라는 그런 경우도 없다시피 합니다. 올림픽이 끝나고도 계속 가져가야할 고민이겠죠.
|
|
|
“축구에 진심!” 명서초 여자축구부
독서 시간: 약 8분 / 글자수 : 약 3700자
👤글 속 한문장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 정신을 한 곳에 기울이면 어떤 일이라도 이룰 수 있다)!” 지난달 22일 오후 7시 경남 합천의 한 축구장, 질끈 묶은 머리를 맞댄 아이들이 외치는 구호가 굵은 빗방울을 뚫고 운동장에 울렸다. 경기를 앞둔 창원 명서초등학교 여자 축구팀 주전 여덟명의 기세가 제법 등등했다[...] “아이들이 단기간 동안 정말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스스로를 믿고 뛰어준 아이들이 대견해요.” 대회를 마친 소감을 말하는 이진희 감독의 목소리에서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숙소로 가는 버스에 오르는 아이들이 이 감독을 향해 외쳤다. “감독님, 저희 내일도 훈련하면 안돼요? 훈련해야 더 잘하죠!”“
섬네일은 빗속에서도 경기를 앞두고 헤딩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경남 창원 명서초 서아란 학생(9)의 모습입니다. 여학생들의 화이팅 넘치는 축구 사랑을 생생하게 담은 해당 기사는 엑스, 페이스북 등 SNS에서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명서초등학교 여자 축구부는 여러 모로 독특한데요. 명서초 학생들은 평균 축구 경력 9개월에 ‘엘리트 선수’보다는 ‘성장’을 목표로 하기에 학교 공부에도 열심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빗속에서도, 폭염 속에서도 밤 늦게까지 모여 훈련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죠.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축구가 좋으니까요! |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이 함께 가려면
독서 시간: 약 12분 / 글자수 : 약 6600자
👤글 속 한문장
“일각에서는 엘리트 체육 대신 생활 체육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생각보다 녹록지 않습니다. 생활 체육으로 전환되는 속도에 비해 엘리트 체육이 붕괴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 세계적인 스타를 보며 꿈을 키우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이 끌고 미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은퇴한 스포츠 스타가 생활 체육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그들의 노하우를 전수해 줄 수 있는 자리가 많다면 한국 체육의 저변은 훨씬 탄탄해지겠지요. 아울러 국민들의 건강도 훨씬 좋아질 겁니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 이후 전현직 올림픽 대표 선수 및 지도자들과 함께 우리나라의 엘리트-생활 체육의 현황을 복기한 대담 기사입니다. 당시 도쿄 올림픽은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도 박수를 받았다는 점 등에서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긍정적인 올림픽, 생활 체육의 대두 등의 평가를 받았었는데요. 한편 관계자들은 엘리트 체육에 대한 지원과 생활 체육 증진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선순환이 이루어져야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김연아, 손흥민 등의 스타 선수들의 성과를 보면서 또 후원을 통해 자라나는 '후속 세대'들이 존재하고, 전체 판이 커지며 생활체육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다양화될 수 있습니다.( 링크)
이번 파리 올림픽에선 양궁 선수들이 다시금 불패 신화를 이어갔는데요. 이 이면에는 40년간 꾸준히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가면서도, 협회의 운영에는 일절 터치하지 않은 현대차의 후원이 한몫했다는 평입니다.( 링크) |
|
|
#도시의 잼
‘노잼 도시’로 유명한 도시는 어디일까요? 아마 여기에 곧바로 답을 내놓으셨다면 인터넷에서 오랜 밈(meme)인 ‘노잼 도시 대전’을 접해보신 경험이 있으신 분들일텐데요. 그런데 생각합니다. 어떤 도시가 ‘유잼’이라고 할 때 그 주체가 누구일까요? 도시는 꼭 ‘잼’이 있어야 할까요? 잼이 있어서 관광객들을 많이 끌어들이는 도시는 과연 지역민들이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도시에서 잼 대신 무엇을 추구해야 할까요?
이런 질문들에 대해 입체적으로 생각해볼만한 근래의 기사들을 모아보았습니다.
|
|
|
“노잼 도시 대전?” 대전시민에 물었다
독서 시간: 약 12분 / 글자수 : 약 5300자
👤글 속 한문장
김준태 대표에게 “대전이 노잼 도시냐”고 물었다. 그도 이 질문에 긍정하지 않았다. “도시의 정체성은 다양한데, 이를 획일화하는 말이다. 타인이 경험한 것을 나도 똑같이 경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전에도 너무나 많은 자원이 있는데, 성심당만 알려졌을 뿐이다. 사는 동네, 도시를 스스로 탐색하면 어디서나 재미를 찾을 수 있다.”
[...] 두부두루치기를 먹으면서 “대전이 노잼 도시냐”고 묻자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은 “도시가 꿀잼이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노잼, 꿀잼이란 말 자체가 잘못됐다. 힙이나 핫 플레이스도 뭔지 모르겠다[...] 노잼-꿀잼 도시라는 프레임 자체가 틀렸다는 이야기였다.
기자는 대전을 고향,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이들 여러명에게 “대전은 노잼 도시냐”고 직접 묻습니다. 제각기의 흥미로운 대답이 돌아오는데요. 그 중에서도 '도시가 꼭 꿀잼이어야 하는가? 노잼-꿀잼 도시라는 프레임 자체가 틀렸다'라는 말에 느낌표가 반짝 떠올랐습니다.
과연 '노잼-꿀잼 도시'라는 프레임은 애초에 그곳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외부인-관광객들의 시각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역시 원주민 입장에서도 이왕이면 재미있는 도시가 살기도 좋겠죠. 그렇다고 할 때 단순히 관광객들이 돈을 쓸만한 '힙플레이스' 말고도 어떤 것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
‘유잼 도시’는 살기 좋은 도시인가?
독서 시간: 약 3분 / 글자수 : 약 1000자
👤글 속 한문장
“유명 식당에 자리 잡은 관광객들에게 시민들이 몰려와 물총으로 물을 뿌리면서 "관광객들은 꺼지라(Tourists go home)"고 외친다. 막 식당에 앉아 주문하려던 이들은 시민들이 쏜 물총에 맞아 옷이 젖자 당황스러워하면서 자리를 뜨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이들은 가두행진을 진행하면서 관광객이 많이 몰린 식당 테라스에 사람들이 더 이상 못 앉도록 공사장에서 출입 금지 구역을 표시할 때 사용하는 테이프를 파라솔에 빙 둘러 붙이기도 했다 [...] '여행 때문에 도시가 죽어가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판매용이 아니다', '관광객들은 집에 가라' 등의 팻말을 손수 적어 나와 시위에서 흔들고 있다.“
'가우디의 도시'로도 유명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멋진 풍광, 맛있는 음식 등으로 인해 누구나 한번쯤 여행을 꿈꾸는 대표적인 관광지인데요. 최근 바르셀로나 주민들은 ‘오버투어리즘 (과도한 관광객으로 인해 원주민들이 살기 어려워지는 현상)’에 반발하며 음식점 테라스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관광객들을 향해 물총을 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고 합니다.( 영상)
실제 바르셀로나는 이 도시에만 매년 23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 정작 원주민들은 고물가, 비싼 부동산, 소음, 치안 문제 등에 시달려왔다고 하는데요.
어떤 도시를 유잼으로 만들 때 그 기준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실질적으로 이익과 피해는 어떻게 발생하는지 - 어떻게 사는 사람 중심의 개발이 가능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
|
|
홍성서 5남매 키우기...하루 80km 이동
독서 시간: 약 5분 / 글자수 : 약 2600자
👤글 속 한문장
“정말 버거운 건 운전기사 노릇을 하는 하교, 하원 시간이다. 아이들의 일정이 꼬이는 날에는 집에서 12㎞가량 떨어진 홍성 읍내를 3~4번은 오가야 한다. 동선은 이렇다. 집에서 홍동면 중학교로 가서(7㎞) 첫째를 태우고 홍성읍의 학원까지 데려다준다(5.5㎞). 둘째는 주기적으로 홍성읍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다시 집으로 돌아와 둘째를 태우고(12㎞) 인근 어린이집에 들러 막내를 차에 태운 뒤(3㎞) 홍성읍의 병원에 바래다준다(13㎞). 그리고 학원을 마친 첫째를 태우고 다시 집에 돌아왔다가(12㎞), 둘째의 치료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홍성읍에 다시 다녀온다(왕복 24㎞). 일정이 꼬이는 날에는 아이들의 하교 시간에만 70~80㎞를 이동해야 하는 셈이다. 농사일로 아침부터 바쁜 남편이 시간을 빼는 때도 있지만 온종일 이어지는 농사일에는 자투리 시간이 별로 없다. 지역의 미비한 교통 여건을 그가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충남 홍성군에 사는 정은라씨(43)는 ‘초저출생 시대’에 5남매를 낳아 기르고 있는데요. 그가 홍성으로 귀농 후 다섯째를 낳았다는 소식은 지역 언론에서도 기사화되고 모두가 떠들썩하게 축하했지만, 아이들이 자라서 학교, 학원에 가야 할 나이가 되기 시작하자 정씨는 지역 인프라의 미비를 고스란히 혼자서 감당해야만 했습니다. 학교, 학원부터 어린이집, 병원 등까지 단 한곳도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도 아닐 뿐더러 버스조차 제대로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죠.
정부에선 저출생 해결, 수도권 과밀화 해결 정책을 쏟아내왔지만 정작 아이를 낳고 지방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정책은 미비합니다. |
지방 상가 전멸...쇼핑몰은 역사속으로?
독서 시간: 약 5분 / 글자수 : 약 2000자
👤글 속 한문장
“지방 유통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계속되는 인구 유출과 e커머스의 공습으로 동네 슈퍼마켓은 물론 대형마트와 백화점도 문을 닫고 있다. 유통 인프라가 무너지면 지역 고용과 관련 산업까지 줄줄이 쇠퇴해 지방 소멸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은 기본적인 고정 수요가 받쳐줘야 하는데 수도권 인구 집중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굳이 지방에 신규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인터넷을 보다보면 종종 90년~2000년대까지만해도 흥정하는 손님과 잔뜩 쌓인 물건, 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열심이던 매장 주인 등으로 가득했던 쇼핑몰의 추억을 떠올리는 게시물들이 보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옷을 산다고 하면 돈을 쥐고 어딘가에 가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고요. 처음으로 동대문 두타에서 별로 안멋진 옷을 비싼 값을 주고 산 경험은 인생에서 많은 것을 배운 기회였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옷과 모자들을 구경하러 가는 건 설레는 경험이었죠.
하지만 점차 옷도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제 오프라인 대형 쇼핑몰에서 직접 물건을 살펴보거나 옷을 입어보고 사는 경험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은 이런 추세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는데요. 미국의 사진작가 세프 롤리스는 이런 버려진 지역 쇼핑몰들의 사진을 찍어 사진집을 내기도 했다고 하네요.( 링크) 지난 레터에서 다루었던 <아마존 디스토피아>에서도 이런 쇼핑몰의 쇠락 풍경이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쇼핑몰의 쇠락은 단순히 자연스러운 시대의 변화일까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는 현상일까요? |
|
|
*이번 호 레터 분량 관계상 ‘지난 편지 해찰’은 생략합니다. |
|
|
👥지난 회차의 반응
지난 회차 레터(‘“어떻게 천천히 읽을 것인가?” : 느림보 독서법‘)에 대한 감상 및 피드백 노션 페이지는 아래 버튼을 누르면 보실 수 있습니다.
|
|
|
오늘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레터를 잘 보셨다면 아래 '피드백 남기러 가기'에 간단히 감상이나 의견을 남겨주세요.
오늘도 레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주 되시길 바랍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