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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감도(鳥瞰圖)’란 새처럼,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풍경을 뜻하는데요.

통상 폭격이나 전쟁에 대해 보도, 논의할 때 주로 ‘하늘’로부터의 시선-조감도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지역에 폭격이 ‘가해졌’고, 그래서 ‘몇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식으로요. 항공사진은 전체 도시 사진 가운데 무너진 폐허 지역을 조그맣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과연 폭격을 이런식으로 ‘위에서’ 바라보는 것을 통해 우리가 진상을 파악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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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링크·이하 <할버슈타트 공습>)은 ‘폭격’에 대한 책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폭격을 ‘조감도’가 아닌 ‘땅 위’에서 바라본 책이죠.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독일의 조용한 도시 할버슈타트에 1945년 4월 8일 하루동안, 이곳에서 살던 사람들과 마을에 벌어진 일들에 대한 ‘사건보고서’같은 책인데요.

이 책을 쓴 작가 알렉산더 클루게는 실제로 1945년 폭격 당시 할버슈타트에 살고 있는 열세살 소년이었습니다. 당시 그의 가족은 아주 근소한 차이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1945년 4월 8일 일요일 오전, 전체 주민이 6만여명에 불과한 할버슈타트로 미 공군 일곱부대는 일제히 공습을 시작합니다. 연합군 측은 철저히 ‘독일 국민들의 사기’를 꺾기 위해, 30분동안 고폭탄 504톤과 소이탄 50톤을 쏟아부었습니다. 융단 폭격의 결과 전체 희생자 수는 1600~2000명 정도로 추산되고, 도시 주요 시설 및 건물의 80%가 ‘모조리 날아가’버렸습니다. 클루게가 이 책을 쓴 게 1976년이었는데, 폭격으로부터 30년이 지난 시점에도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었죠.

불과 30분만에, 고즈넉했던 마을은 문자 그대로 ‘폐허’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할버슈타트 공습>의 초반부엔 마을 곳곳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떨어진 폭탄에 ‘맞닥뜨리게 된’ 장면들이 뚝뚝 끊어지듯 나열되어 있습니다 - 그래선지 이 책을 읽다보면, 마치 제가 직접 이 혼란스러운 폭격의 현장을 헐레벌떡 뛰어다니며 직접 두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날의 폭격으로 인해 사라진 것은 ‘2000명’이라는 뭉뚱그려진 숫자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개성적인 삶, 그리고 삶의 현장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재미난 영화를 상영하던 ‘카피톨’ 영화관에도 폭격이 가해졌는데요. 폭탄 하나가 정통으로 내리꽂혀 영화관 반틈이 무너져내렸죠. 하지만 충격으로 내동댕이쳐진 매표소 직원 슈라더씨는 잠깐 어리둥절한 채 있다가, 다음 상영시간 준비를 하기 위해 열심히 청소를 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어지는 폭격 때문에 그는 결국 영화관과 삽을 버려둔 채 도망가야 했습니다.)

“슈라더씨는 구석으로 갑자기 내동댕이쳐진 채 발코니석의 열이 오른쪽 천장과 만나는 곳에서 연기가 나는 하늘 한조각을 막 보게 되었는데, 거기로 고폭탄 하나가 이 건물을 뚫고 지하실까지 관통해있었다[...]영화관 오른편이 완전히 무너져내린 것과 상영되고 있는 영화 사이에 의미심장한 연관이나 연출상 연관은 없었다[...]상영작 안내판이 “배추인지 무인지 모를 정도로” 엉망진창이 된 것을 보았다. 그녀는 공습 대비용 삽을 들고 달려들어서 그 잔해 더미를 14시 상영시간 전까지 청소하려고 했다.”

-알렉산더 클루게,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이하 동일)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최근 자신의 여덟살 난 딸이 시신으로 발견돼 다행이라며 웃듯 울듯 눈가를 훔쳤던 한 아버지의 인터뷰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링크)

폐허 또한 ‘그냥 폐허’가 아닙니다.

장소는 삶과 분리될 수 없습니다. 그곳은 직전까지 사람들의 삶과 애정이 켜켜이 쌓여온 구체적인 장소, 사랑하는 고향이었죠. 클루게는 이 책에서 ‘1945년 4월 8일’ 무너진 장소들 역시 최대한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